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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동맹 → 재정통합 ‘메르코지 합의’…유로존 출범 13년 만에 업그레이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메르켈 독일 총리. [파리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평화의 여정이었다. 지긋지긋한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유럽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5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독·불 정상회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전후 60년 넘는 통합과 평화의 장정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유럽 채무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EU의 새 조약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협약 개정안은 재정 균형을 이루지 못하거나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정한 재정적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라에는 자동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황금률’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방안이다. 같은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곳간 관리는 각 나라에 맡기는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지난 1999년 공식 출범한 유로존이 경제위기를 계기로 약 13년 만에 통화동맹에서 재정통합으로 한 단계 진전을 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EU 27개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재정·금융위기 속에 ‘연환계(連環計)’의 위험에 처해 있다. 모든 배를 하나로 묶고 있다가 대수롭지 않은 화공(火攻)에 불길이 번져 우왕좌왕하다 자멸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다른 배와 사슬을 끊고 싶은 반(反)통합의 기류도 강해지고 있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 대신 옛 자국 통화를 다시 쓰자는 여론이 각국에서 일고 있다. 프랑스 국민 36%는 프랑스가 유로존에서 떠나 옛 통화인 프랑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르몽드가 5일 보도했다. 그리스에서는 유로존 이탈과 자국 통화 복귀 주장이 시위 구호다. 네덜란드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옛 통화인 길드화로 복귀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두 정상은 이러한 분열 대신 통합의 길로 간다는 걸 명확히 했다. 하지만 통합의 항로 곳곳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당장 EU와 유로존 일부 회원국이 반발하고 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기존 협약 안에서도 유럽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총리로서 영국의 어떠한 권한도 EU에 양도하지 않을 생각이며, 따라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통합의 관건은 리더십에 있다. ‘메르코지(메르켈과 사르코지의 합성어)’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최초의 동독·여성·과학자 출신 메르켈 총리는 ‘동베를린의 대처’로 불린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가난한 헝가리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의 꿈’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당장 두 정상의 리더십은 합의안이 헤르만 반롬푀위 EU 정상회의 의장에게 제출되는 8일부터 본격 시험받을 전망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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