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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신용 강등 경고 … 메르켈·사르코지 물먹인 비어스

2007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정부신용등급 설명회에 참석한 데이비드 비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평가책임자. [연합뉴스]
데이비드 비어스(58)는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책임자다. 최고 서열은 아니다. S&P 국가신용평가 부문의 ‘넘버3’다. 대표와 국가신용평가위원장 다음이다.

 비어스는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마다 글로벌 시장이 요동했다. 올해 미국 신용전망(4월)과 등급(8월) 강등 때도 그랬다. 이런 그가 6일 새벽(한국시간) 다시 모습을 내비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15개 나라를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 negative)’에 올려놓았다. 사실상 파산 상태인 그리스와 이미 부정적 관찰대상인 키프로스만 제외했다. 이처럼 무더기로 유럽 국가를 ‘물먹이기’는 신용평가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비어스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유로존 정책담당자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고 정부·가계의 빚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정적 관찰대상은 등급이 석 달 이내에 강등될 확률이 50%란 얘기다. 그런데 이날 비어스는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우리는 이번 주 금요일(9일) 유럽 정상회의 이후 가능한 한 빨리 평가작업을 마치겠다”고 못 박았다.

 비어스는 말과 행동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인물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테이블 위에 총을 올려놓으면 이는 곧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복선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하반기 “트리플A(AAA) 등급을 쉽게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곧바로 평가 기준 강화에 나섰다. 올 4월엔 행동에 나섰다. 미국 신용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넉 달 뒤인 8월엔 미 등급을 AAA에서 AA+로 깎아버렸다.

 이런 그의 경고는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56)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대책을 무력화했다. 이날 둘은 회원국 재정을 통합하고 적자 한도를 초과한 회원국을 제재할 수 있도록 유로존 협약을 개정하기로 약속했다. ‘유로합중국’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셈이었다.

 그러나 독일·프랑스 정상회담과 미국 증시가 끝난 직후 나온 비어스 경고는 두려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 여파로 한·중·일 주가가 일제히 1% 남짓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 리더들은 9일 유럽 정상회의 폐막까지 시장 아닌 비어스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선출된 리더들이 비어스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최고 등급(AAA) 국가들은 한 등급씩 강등된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9개국은 두 등급씩 낮춰진다. 독일·프랑스 강등은 위기진화 모델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두 나라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최대 보증국이다. 두 나라가 강등되면 EFSF도 AAA 등급을 받기 어렵다.

 S&P는 6일 성명을 통해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따라 EFSF의 장기등급을 (AAA에서) 한두 단계 내릴 수 있다”며 “9일 EU 정상회의에서 신뢰를 다시 줄 수 있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남규 기자


샤르마 전 S&P 사장
◆데이비드 비어스(David Beers)=일반 대중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 재무장관들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줄담배꾼이다. 미국 버니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으며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월가 투자은행에서 각국 국채 평가와 분석을 담당하다 1990년대 초 S&P에 영입됐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신용평가의 위기”라며 S&P의 평가기준 강화를 주도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밀어붙인 S&P의 전 사장 데번 샤르마의 최고 심복으로 꼽힌다. 샤르마가 물러난 뒤에도 S&P의 평가가 강성으로 흐르는 것도 그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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