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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나무

곰솔 Pinus thunbergii
나무 - 김정환(1954~ )


나무는 숨결이 꺼칠하다

충혈된 심장이

내 고단한 고막 속에서 할딱거린다

다시 돌아와도 마찬가지다

나무의 깡마른 어깻죽지가

어느새 새파란 하늘로 출렁여대면서

홀로 있을 때

그러나 나무는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투다

나무는 그냥 숨결이 꺼칠하다

우리가 뜨겁게 볼을 부빌 때까지

우리가 나무의 출렁이는 어깨를 잡아채 부여잡고

우리의 눈물로 이렇게 서서

아름다움은 배반이었다, 말할 때까지

나무의 호흡을 거칠게 두드릴 때까지

나무는 그냥 숨결이 꺼칠하다

나무의 충혈된 생애여, 우리들의 미학이여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다섯 그루의 나무가 모여 솟았다. 가운데 빈 자리를 당집이 틀어막았다. 그 안에 사람의 간절한 소망이 담겼다. 당집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마을에선 지금도 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올린다. 당집에는 사람들의 큰 소망이 피어 오르고, 나무는 거친 숨을 몰아 쉰다. 목이 말라 허덕이면서 나무는 사람의 소망을 담아 높이 솟아올랐다.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은 나무 줄기가 노을 빛에 붉게 충혈된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이룬 아프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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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