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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보이를 맞으라, 바다 건너온 오카다

오카다 감독(왼쪽)이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대호에게 오릭스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부산=뉴시스]
이대호(29)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카다 아키노부(54) 오릭스 감독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키가 1m94㎝나 되는 ‘빅보이’는 거대했다. 오카다 감독은 이대호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줬다. 이대호의 오릭스 구단 입단식이 열린 6일 오후 3시30분,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의 풍경이다.

 처음으로 계약 조건이 공개됐다. 2년 계약이며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000만 엔, 연간 성과급 최대 3000만 엔으로 총액 7억6000만 엔(약 111억원)이다. 그동안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첫 계약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이대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롯데 외에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 타자가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미토 시게유키 에이전트가 여러 이야기(타 일본 구단의 접촉)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릭스가 매우 적극적이어서 고민하지 않고 계약했다”고도 했다.

 이대호는 “일본에선 신인이라는 자세로 임하겠다. 공을 더 오래 보며, 팀이 원한다면 몸에 공을 맞고서라도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자신감도 있었다. 이대호는 “모두들 저 몸으로는 야구를 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내 꿈은 더 크다.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미국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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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날지 않는 공’으로 인한 일본 프로야구의 홈런 감소 추세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을 쳤을 때 ‘날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며 파워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대호가 받은 오릭스 팀의 유니폼은 등번호가 없었다. ‘Lee. D. H.’라는 이름자만 박혔다. 이대호는 “달고 싶은 등번호가 있지만 동료들이 양해해 준다면 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등번호는 10번과 52번이다. 10번은 롯데 시절 등번호다. 52번은 1999년 작고한 할머니 오분이 여사의 이름을 딴 번호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이대호는 부산시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된장과 채소장사를 하던 할머니 슬하에서 형과 함께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할머니의 도움으로 야구를 시작한 이대호는 내년 오릭스의 중심타자로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오카다 감독은 오전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 프로야구 감독이 한국에서 열린 입단식에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일본 주요 언론은 ‘전례가 없는 일’로 ‘놀라운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오카다 감독은 “오른손 거포를 영입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대호를 맞는 오카다 감독의 기쁨은 남다른 듯했다.

 오카다 감독은 “130㎏이 넘는 선수로 알고 있었는데 양복을 입어서인지 날씬해 보인다”고 농담했다. 이대호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에도 훈련을 쉬지 않았다. 지금 체중은 130㎏으로 자신이 밝힌 적정치(125~130kg)에 가깝다. 이대호는 일본 기자들에게 “일본 스프링캠프는 훈련량이 많다고 들었다. 5㎏ 정도 더 감량해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는 기자회견 뒤 오카다 감독 등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호텔 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다음 주 일본에서 다시 입단 기자회견을 연 뒤 귀국해 롯데의 1월 사이판 전지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부산=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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