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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 효율화가 먼저다

복지에 관한 한 진보·보수가 다르지 않다. 똑같이 복지 확대다. 한나라당조차 사실상 보편적 복지로 돌아섰다. 5세 무상보육도 모자라 0~4세 무상보육 주장을 들고나왔다. 기초노령연금도 20% 인상하기로 했다. 내년 복지예산은 92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8%가 넘는다. 여기에 연간 5500억원의 무상보육과 5900억원의 노령연금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진보 측 복지 요구는 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되자 곧바로 무상급식 전면 시행과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에 나섰다. 무상급식 예산은 내년 1028억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635억원 늘었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서울시는 148억원을 지원한다.

 세입은 그대론데 복지 지출만 늘리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한다. 현장에선 이미 그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복지 혼란, 현장서 해법 찾다’ 시리즈에 따르면 서울의 한 구청은 그동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2만5000명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방과후 수업을 폐지했다. 저소득층 중·고생들에게 매일 제공하던 저녁식사 급식을 끊은 곳도 있다. 무상급식에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지자체는 이번 달 기초노령연금을 못 줄 정도다. 내년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수입을 같이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복지 지출만 늘리면서 벌어진 사달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 없게 됐다.

 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의원들이 박원순 시장의 복지정책을 “무분별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시의원은 “사회 복지만 복지가 아니라 터널사업 같은 교통사업도 보편적 복지”라거나 “복지예산을 무조건 많이 주는 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에 대해서도 신중한 결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복지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건 규모가 아니라 효과다. 최소의 지출로 최대 만족을 얻는 복지 지출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출이 늘어난다고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복지예산은 연평균 9%씩 늘어나지만 복지 확대를 체감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비효율적인 복지 시스템 탓이 크다. 특히 복지전달체계가 낙후돼 있다. 원스톱 복지 서비스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공돈’을 받아가는 유령연금 등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건 그야말로 낭비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다시 줄이는 게 대단히 어렵다. 적은 돈을 쓰면서도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복지 대상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복지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복지 효과가 어떨지를 사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사후 모니터링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야 ‘복지지출은 재정적자’라는 등식도 깨진다. 증세를 주장하기에 앞서 복지의 효율화를 먼저 실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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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