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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사람] 풍성한 교회 김옥화 목사

김옥화(오른쪽 첫 번째) 목사는 자활을 돕기 위해 노숙자들에게 꽃집을 마련해 주었다. [조영회 기자]




노숙자들의 어머니 … ‘오병이어’의 희망을 만들다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지는 걸 보면 몸에 쌓인 피로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는 것 같아 세월이 아쉽다.”



 풍성한 교회 김옥화(70·여) 목사. 천안 성정동에 있는 풍성한 교회는 노숙자들을 위한 교회다. 교회지만 식당이기도 한 이곳은 200명분의 식사를 거뜬히 조리해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배고픈 분은 누구나 오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 교회는 한 하루도 문을 잠그는 날이 없다.



 김 목사가 노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7년이다. 천안서부역 특수임무수행자회 무료급식소에서 환경을 꾸며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3년 전 세 번에 걸친 허리수술로 심신이 허약해 있을 때 일이다.



 병원에 다녀오던 길, 서부역 근처를 지나가는데 다리 밑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설마 하고는 다가 서보니 사람이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거적을 살짝 들어 올리니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난자된 상태였다.



 평소 자동차에 비상약통을 싣고 다니던 김 목사는 바로 응급처치를 했다. 이후 김 목사는 며칠 동안 들락거리며 노숙자를 돌봐주었다. ‘이제 됐다’싶어 돌아 서려는데 지푸라기 속에서 또 다른 사람이 다리를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기도해 주고 가라”는 그 한마디에 김 목사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몸 편히 누일 곳 없는, 지푸라기를 이불 삼은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하려니 가슴이 먹먹해왔다. 이날 가슴 아픈 경험을 계기로 김 목사와 그들과의 동고동락이 시작됐다.



 김 목사는 몸이 불편한 자신과 남편을 돌보기에도 힘이 부쳤지만 곧장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노숙자 5명과 함께 생활했다. 부족하지만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니 김 목사는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처음엔 꽃꽂이, 종이 접기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숙자들에게 자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이들에게 리어카를 사주고 자동차를 구입해 주었다. 수익이 나는 대로 또 다른 노숙자가 자활할 수 있도록 돕기를 서로 약속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지금은 꽃집, 고물상, 건축일 등 10여명이 자활에 성공해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교회 옆 1층 꽃집은 김 목사의 도움으로 김훈씨가 운영을 맡고 있다. 그도 한때는 노숙하는 부랑자였다.



 어두웠던 지난날을 뒤로 한 채 어엿이 ‘성전 꽃 예술원’ 사장이 된 김씨는 풍성한 교회의 자잘한 일을 처리해 주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수익금으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주민등록증 발급과 취업, 건강 등에 대한 상담으로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김씨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50~70병까지 마시는 술고래였다. 길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면 술병을 빼앗고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먹여 주는 김 목사님이 너무 밉고 지겨웠다”며 김 목사와 첫 만남을 기억했다. 그는 “어디에 있던지 꼭 연락하라며 휴대폰까지 사주시는 목사님의 정성을 받아들이면서 삶의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요즘 풍성한 교회에는 하루 적게는 70~80명, 많게는 150명 이상이 끼니를 해결 하러 온다. “호남선, 경부선, 장항선, 수도권 전철까지 모든 방면의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천안역의 특성상 노숙자들이 많다. 이제는 노숙생활을 접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사랑으로 다른 노숙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생기고 기운이 넘친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지난 날 구걸하는 노숙자들이 찾아오면 잔돈푼 쥐어주면 그게 다인 줄 알았다는 김 목사.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마음의 양식까지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엄마, 이모, 할머니같이 대하는 노숙자들을 김 목사는 언제나 ‘내 새끼’하며 보듬어 준다.



 김 목사는 “이제는 이들이 하루 빨리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닥치면 남자는 집에서 무조건 나오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들의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노숙자로 남게 된다” 며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훈련시키는 것보다 들어가기 전에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의=070-4086-1894



글=이경민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오병이어(五餠二魚)=예수가 한 소년으로부터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취해 5000명의 군중을 먹였다는 신약 성경 내용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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