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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20년 전 사라진 ‘버마’ 고집 … 미국 외교의 자존심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미얀마로 떠나기 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짧은 기자회견을 했다. AP기자가 미얀마를 방문하는 목적이 뭐냐고 물었다. 클린턴 장관은 “정치·경제적 개혁조치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의 답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미국 국무장관으로서 56년 만의 ‘역사적’ 방문을 하면서도 미얀마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대신 “그들(them)” “그 나라 사람들(the people of the country)”이라고만 했다.



 이유가 있었다. 1989년 6월 3000여 명의 학생 시위대를 총칼로 사살하면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통용돼온 ‘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미얀마’라는 새 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이미지 개선용이었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가 국호를 바꾸겠다고 공표한 뒤 닷새 만에 미얀마라는 표기를 인정했다. 당사국이 택한 국호를 존중한다는 국제 표기 관례에 따라서다.



 하지만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측에서는 국명 개정이 군사정권의 독단에 의한 것이라고 치부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 국무부는 미얀마를 여전히 버마라고 부르고 표기한다. 1일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클린턴 장관의 일정을 소개하며 “버마(Burma)의 자유를 위해 오래 투쟁해온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뒤…”라고 했다. 미 국무부 사이트도 ‘버마’라는 표기를 사용한다.



  미국 외교의 특징을 전문가들은 도덕과 힘의 배합이라고 설명한다. 요즘에는 힘의 자리를 경제 또는 국익이 차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반세기 만에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건 중국이라는 새 강자의 등장에 자극받은 측면이 강하다. 미얀마를 지렛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본다면 ‘버마’는 도덕이고, ‘미얀마’는 국익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당장 굶주리는 나라에 민주주의만 무조건 전파한다고 해서 자유가 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원칙과 실용주의의 결합”이라고 답했다.



  56년 만에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하면서도 버마라는 호칭을 고집하는 게 미국 외교의 자존심이다.



박승희 워싱턴 특파원



◆아웅산 수치(66)=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군부 정권에 맞서온 최대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지도자. 1945년 미얀마 독립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장군의 셋째 딸로 양곤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88년 4월 귀국해 반독재 시위에 참가했고 같은 해 9월 NLD를 결성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군사정권 아래서 내란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89년 첫 가택연금을 당한 이후 지난해까지 21년 중 15년을 가택연금 상태로 지냈다. 수치 여사와 NLD는 90년 5월 총선에서 49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군사정부는 선거 무효를 선언했다. NLD는 지난해 20년 만에 실시된 총선엔 ‘군부 정권을 정당화하는 불공정 선거’라며 불참했지만, 최근 상·하원 의원 48명을 뽑는 보궐선거(일정 미정)에는 후보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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