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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통폐합 당사자의 뒤늦은 ‘유감’ 표명

31년 만의 ‘유감’ 표명을 접하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어제 첫 전파를 띄운 종합편성 TV채널 JTBC 보도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0년 자행된 언론통폐합과 관련해 “언론계가 고통을 겪은 데 대해 안쓰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측근이던 이원홍 전 문화공보부 장관을 통해 전한 말이다. 전 전 대통령이 언론통폐합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는 처음이다. 통폐합 당시 KBS 사장이었고 5공화국 후반 문공부 장관을 역임한 이원홍씨는 별도로 “5공 퇴진과 함께 방송통폐합 조치가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이후 온 나라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던 80년 11월 12일 언론사 사장·사주들이 보안사령부의 긴급호출을 받았다. 대공수사관들 앞에서 온갖 협박을 받은 끝에 비통한 심정으로 신문 또는 방송사 포기각서에 서명해야 했다. 보안사 군인이 권총을 차거나 착검하고 대기해 있는 상황이었다. 지방 방송사 사장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례를 들며 겁을 주거나 “방송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를 통합시켜 ‘동국일보’를 만들겠다”고 으름장 놓기도 했다. 결국 TBC·동아방송 등 전국 64개 언론사가 대학살을 당했다.



 통폐합 최고책임자의 뒤늦은 유감 표명이 착잡한 것은 당시 입은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 때문만이 아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5공 신군부는 통폐합에 이어 그때까지 허용되던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는 등 독재 체제에 걸맞은 언론장악 시스템을 다져 놓았다. 5공이 구축한 미디어 환경은 재작년 신문법·방송법 등 새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유지됐다. 진입장벽 뒤에서 안주했던 현재의 지상파 방송들이야말로 5공 미디어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정파적 이해에만 정신이 팔려 새로 출범한 종편·보도전문 채널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일부의 행태다. 기득권 방어용이거나 특정 정치적 입장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때로 5공이 언론통폐합 당시 내세웠던 논리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새 채널들의 등장으로 국민의 선택권이 넓어지면 여론이 더 다양해지는 것인데 어째서 거꾸로 호도하는가. 방송·통신이 융합하고, 전통적인 신문·TV를 벗어나 인터넷·스마트폰·태블릿PC 등 새롭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다. 무슨 내용이든 TV에 담기만 하면 시청자들이 보고 영향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시청자,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게다가 신문·방송을 다 합쳐 조사한 지난해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을 보면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포함한 지상파 채널의 점유율이 76%로 압도적이다. 방송광고 시장에서도 지상파 3사군은 75%대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러니 새로 출범한 종편채널들이 악조건이나마 지상파 방송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게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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