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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좋지만, 있는 세금이라도 제대로 걷어야”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이 주장해 온 ‘부자증세’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이견을 나타내 논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버핏세(부유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등 증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쇄신파와 뜻을 같이하고 있지 않다”며 “세제 논란이 너무 정치적 국면으로 흐르면 누더기 세제가 돼 버린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쇄신파는 24일 “부유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국가정책적으로 제도화하자”며 연소득 2억원이 넘는 사람들에 대한 최고 소득세율을 35%에서 40%로 높이는 안을 내놓았다. 또 홍 대표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능력 있는 부자에게 세금을 좀 더 걷어야 한다는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있는 세금도 제대로 못 걷으면서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느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자본소득이 문제인데 근로소득만 타깃이 돼 버리는 점, 줄줄 새는 세금으로 충당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측근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문제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총선 공약으로 당당하게 제시하는 접근이 옳다”고 말했다.

 친박계 인사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종합적인 세제 개혁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늘어날 복지지출 재원의 60%는 나라 씀씀이를 줄여(세출 구조조정)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세금을 더 걷어(세입 증가) 조달하겠다는 ‘6 대 4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청와대도 부자 증세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 청와대 입장을 밝히면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보고 반응을 자제했지만 부자 증세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소득) 8800만원인 사람과 1억5000만원인 사람이 똑같이 (최고세율인) 35%를 적용받는 게 적정하냐는 주장도 있지만 세액으로 보면 1억5000만원인 사람이 훨씬 더 많이 낸다는 의견도 있다”며 “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증가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나라당 일각에선 쇄신파 등이 제시했던 ‘연소득 1억5000만원 또는 2억원 초과’ 대신 ‘연소득 5억원 이상’의 계층에 대한 증세(일명 ‘회장님 증세’)를 검토하자는 안도 나온다. 이 경우 대상자는 2009년 소득 기준으로 각각 7만6800여 명, 4만4100여 명에서 1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고정애·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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