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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리펑 ‘WTO 괴담’ 돌파 … 미 협상단 철수 직전 담판

1999년 11월 중국 베이징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청사에서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오른쪽)과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대표(왼쪽)가 악수를 하고 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된 합의문을 교환했다. [중앙포토]

“당시 미국과 중국의 강경파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했다. 만약 강경파에게 맡겼다면 역사적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샬린 바셰프스키 당시 미국 측 협상 대표)

 “결렬 위기에 처했던 1999년 11월 15일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실무 협상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2000년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그때 기회를 놓쳤다면 중국의 WTO 가입은 5∼10년이나 늦어졌을 것이다.” (룽융투 당시 중국 측 협상 대표)

중국 21세기경제보도
 중국의 유력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1986년부터 15년 만에 성사된 중국의 WTO 가입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신문은 양국의 협상 대표들을 10년 만에 심층 인터뷰해 여러 비화를 소개했다.

 당시 중국 대외경제무역부(현 상무부) 차관으로 중국 측 협상 대표였던 룽융투(龍永圖·68) 현 주요20개국(G20) 연구센터 사무총장은 “WTO 가입이란 중국의 국가적 전략을 86년에 결정한 지도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이라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후 수출에 의존했던 중국은 수출 비중이 30%나 됐던 방적제품의 수출 쿼터를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WTO의 전신)’으로부터 많이 따내야 했다. 이런 실리적 판단에 따라 덩샤오핑은 WTO 가입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덩샤오핑(左), 리펑(右)
 WTO 가입에 따른 득실을 놓고 중국 최고 지도부(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내부에서는 치열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거나 “미국이 WTO를 이용해 중국을 분열시키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당시 실력자 리펑(李鵬)은 “중국의 WTO 가입은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철선(鐵扇)공주의 배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들어갈 수만 있다면 하늘궁전(天宮·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아예 안 들어가면 영원히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로 반대파들을 설득했다.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도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 된다(趨利避害)”며 협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룽 전 대표는 “미국과의 양자 담판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전환점이었다”며 “결렬 직전에 타결된 99년 11월 15일 베이징 담판이 가장 극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해 11월 13일까지만 해도 미국 대표단은 “11월 15일 오전 10시 귀국 비행기를 예약했다”며 중국의 양보를 압박했다. 이를 보고 받고 자존심이 상한 장쩌민 주석은 “손님을 돌려보내라”고 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짜증까지 냈다.

 그런데 그날 밤 미국 협상 실무자는 “15일 새벽 4시 양측이 다시 한번 소규모 협상을 해보자”고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그날 오전 주 총리는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던 대외경제무역부 회의실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당시 주 총리를 만났던 바셰프스키(63·현 윌머 헤일 법률사무소 파트너) 전 대표는 “주 총리가 하나를 양보했고 나도 하나를 양보해 불과 30분도 안 돼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양보한 만큼 얻는 게 협상”이라고 말했다.

 누가 유리한 담판이었을까. 그는 “어떤 담판에서든 얻어낼 필요가 있는 것과 얻고자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달과 별을 모두 따고 싶겠지만 실제로는 침대 하나만 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룽 전 대표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협상에 따른 득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이익이 있으면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라며 “양자 담판에서 양보는 일종의 진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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