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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즈니스…리조트 하나 짓는 데 20년, 서류만 5000건

타노스 치메로스(오른쪽 인물), 그리스 사태는 더 이상 경제 위기가 아니다.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했다. 고강도 긴축이 계속되면서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에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노동자가 임금삭감 등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간 아테네 서부의 한 제철소 정문. [아테네 AP=연합뉴스]

“정권이 바뀌어서는 소용이 없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그리스의 아티스트 겸 기업인으로 정치 변혁 운동에 뛰어든 타노스 치메로스(50)는 “그리스의 정당들은 깡패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정치가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 그리스의 비극은 영원히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년 2월 실시될 조기 총선에 ‘디무르기아 크사나(Dimourgia Kxana)’란 신당을 만들어 출마할 예정이다. 디무르기아 크사나는 그리스어로 ‘재창조’란 뜻이다.

 -왜 정치에 참여하려 하는가.

 “보통 그리스 사람은 열심히 일한다. 지난 30년간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해왔다. 그러나 공공 부문은 다르다. 그들은 일을 안 한다. 그래도 목소리는 제일 크다. 그들은 매일 거리로 나가 이걸 달라, 저걸 달라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놀고먹는 정치인들과 공공 부문 종사자들을 위해 세금을 내느라 짐을 잔뜩 진 노새처럼 헉헉대고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그리스 정치 체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지난 35년간 그리스 정당들은 깡패 조직처럼 운영돼 왔다. 그들은 정부와 공공 부문의 돈을 훔쳐 조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해왔다. 일종의 ‘고객주의’다. 그 규칙은 매우 복잡하지만 ‘나에게 돈을 내라. 그러면 내가 네 뒤를 봐주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부패가 규칙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그 어떤 일도 부패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부패 없이는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

 -국민이 투표를 잘했으면 됐을 것 아닌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좌우를 막론하고 이런 범죄 구조에서 자유로운 정당은 아무 데도 없다. 더구나 그들은 돈과 미디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싸울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떻게 정치 체제를 바꾸겠다는 것인가.

 “민주주의에서는 선거가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참여할 것이다.”

 -직접 출마할 생각인가.

 “그렇다. 정치는 온몸을 던져 할 수 있는 것이지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선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맡기고 정치에 전념할 생각이다. 국회에 들어간다면 우선 국회의원의 경우 3연임, 즉 12년까지만 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정치 가문의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락했다. 파판드레우 가문의 3대(代)가 연이어 총리를 했다. 끔찍한 일이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할 텐데.

 “물론이다. 지지자들의 자발적 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내가 먼저 돈을 냈다. 우리는 투명한 회계 시스템을 통해 기부와 지출 내역으로 인터넷을 통해 매일 공개하고 있다.”

 -재창조당은 좌우 어느 쪽인가.

 “그리스 정치에서 좌우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그리스에는 두 개 그룹이 있을 뿐이다. 현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룹과 마지막 남은 1유로까지 빼먹으려는 그룹이다. 그리스에서는 이혼 소송 한 번 하려면 2년 이상 걸린다. 판사든 공무원이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운업으로 큰돈을 번 바실리스 콘스탄타코풀로스라는 사람이 펠레폰네소스에 ‘코스타 나바리노’란 대형 리조트를 하나 건설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결국 그는 리조트가 완공되는 것을 못 보고 죽었다. 그동안 그가 제출한 서류만 5000건이 넘는다. 그리스에서 사업을 하려면 1만8000쪽에 달하는 법률과 규정집을 다 알아야 한다. 더구나 그 법규는 매일 바뀐다. 어떤 회계사나 전문가도 그 규정을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 다른 나라들의 사업 관련 법규는 30쪽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처럼 복잡한 법규의 덫을 놓은 것이다.”

 -이달 초 출범한 거국내각이 제대로 굴러가면 그리스가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그리스의 권력은 정부에 속해 있지 않다. 그리스 전국에 걸쳐 있는 약 2000명의 네트워크가 권력을 쥐고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들은 중세의 봉건영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이 그리스 문제의 근원이지만 각 정당도 어떻게 하지를 못한다. 모두 특정 정당과 연계된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고객을 상대로 싸울 순 없는 일 아닌가. 만일 지금의 과도 거국내각이 3개월이 아니라 2년 정도 유지된다면 정치적 안정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장 내년 2월 선거가 있다. 필요한 개혁 조치를 3개월 안에 해치울 순 없는 일이다.”

 -내년 총선 후에도 거국내각이 지속될 수 있지 않은가.

 “그래본들 나쁜 재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국가의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며 계속해서 도적질을 하는 것이다. 나쁜 제도는 스스로 재생산된다. 내가 부패하면 나도 부패한 사람을 뽑게 된다. 그러면 그들은 또 다른 부패한 사람을 뽑는다. 그리스가 바뀌려면 정치 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아테네=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타노스 치메로스=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아티스트로, 클래식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다. 독일에서 기타를 가르치며 무대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20년 전 ‘리버스’란 이름의 광고회사를 설립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정치 개혁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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