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제 view &] 20년째 반복하는 정부 업무계획 ‘서비스업 육성’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회장
세계경제포럼(WEF)은 1988년부터 상당 기간 일본을 국가경쟁력 1위의 나라로 평가했다. 제조업 경쟁력 향상이 가져 온 결과다. 이 시기에 미국은 탈공업화로 경제 전반의 위상이 하락했다. 무역적자가 증가하고, 서비스 대표 주자인 금융은 투기성 파생상품 거래가 만연해 “미국 경제=카지노 경제”로 비하되기도 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보고서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생산력’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고 미국 제조업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거침없던 일본도 디지털 시대의 속도전에서 상당히 밀리고 있지만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은 여전히 제조업이다. 관광 물류 등의 서비스로 경제 운용이 가능한 도시국가들, 석유·천연가스가 나오거나 지하자원이 많은 운 좋은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제조업의 위상이 국가 경제 전체의 위상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새로운 성장동력과 고용 창출에 시름이 깊다. 우리나라도 미래 먹을거리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제조업의 고용 창출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서비스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서비스업 육성은 정부가 20년 넘게 연례행사처럼 업무계획에 반영해 온 해묵은 과제였지만, 경쟁력 면에서도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다.

 서비스업 육성이 부진한 주된 이유는 규제와 보호 위주의 정책 때문이다. 이는 일찍부터 국제 경쟁에 노출된 제조업과 비교된다.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 완화와 개방으로 경쟁을 촉진시킨 것이 결정적 성공요인이었다.

86년 극심한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섬유·철강 등 7개 ‘산업별 지원’ 법률을 폐지하고 공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기능적 지원’으로 전환한 산업정책 당국자들의 안목과 결단이 돋보인다.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왜 바둑을 잘 두느냐?’는 질문에 ‘정부 조직에 바둑과가 없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정부의 규제도, 지원도 모두 도움이 안 되는 사례가 많음을 공무원들 스스로가 풍자한 것이다.

 그러면 서비스업으로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가. 서비스업의 상당 부분은 제조업에서 파생되었다. 연구개발·디자인·컨설팅·엔지니어링·마케팅·물류·유통·애프터서비스(AS) 등 ‘제조 관련 서비스’는 거의 제조업과 운명을 같이한다. 유럽연합(EU)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과 제조 관련 서비스’는 부가가치와 고용의 70~75%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중이 낮아진다는 분석들은 대체로 이런 사실을 간과한 경우가 많다.

 제조 관련 서비스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제조업에서 주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클라크의 분류에 따르면 제조업은 2차 산업이지만, 서비스와 결합되어 2.1~2.9차 산업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소프트화’라 할 수 있다. 각국은 제조업에 70~80%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한다. 그래서 제조업은 혁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문이다. 혁신은 바로 효율이다. 효율로 인한 고용 감축 효과가 또 다른 고민거리이지만 효율 향상은 제조업 생존의 필요 조건이고, 제조업 성장은 서비스 성장의 관건이다. 제조 업태는 변하지만 제조업은 영원하다.

 따라서 “제조업으로 안 되니 서비스업을 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도 잘 하자”고 해야 한다. 금융도, 의료도, 교육도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의료 서비스를 육성하면 제조업을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일각의 과장된 주장에는 문제가 있지만, 국민의 보편적 의료 혜택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료 서비스에 경쟁 개념을 도입하자는 의미 있는 제안이 수십 년간 진전이 없는 것은 안타깝다. 정략적 이해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감기약 수퍼마켓 판매가 성사되지 않는 우리 여건이 매우 답답할 뿐이다.

 서비스업은 내수 산업의 성격이 강하지만 사람들의 국가 간 이동도, 국제 거래도 증가하고 있어 제조업 못지않게 ‘국제’ 경쟁력이 필요하다. 결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길만이 경제 발전과 고용 해결을 동시에 이루는 길이다. 국민에게 근로의 의무가 있다면 국가는 일자리를 만들 의무가 있다. 그러나 고용은 기업이 창출한다. 기업들, 특히 서비스업의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1차적 과제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회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