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갈참나무 숲으로 가자 

갈참나무 Quercus aliena
갈참나무 숲으로 가자  -  김은숙(1961~ )


나의 사랑은 늘 불온하였다

견뎌내거나 견뎌내지 못한 시간이

시월의 저녁 아래 낮게 엎드리고

갈참나무 매달린 저 작은 열매가

이 계절의 정수리에 아프도록 빛난다

굳어버린 생채기만 단단한 옹이로 키우며

어설픈 열매조차 맺지 못한 내 불온한 사랑은

저녁 갈참나무 숲에 와서 무릎을 꿇는다

그대여 나여 지나간 사랑이여

갈참나무 저 작은 도토리처럼

떫은 몸 스스로를 몇 번이고 씻어내며 지워

거친 밥상 따뜻하게 채우는 양식이 되거나

해거름 쓸쓸한 가지로 날아드는 새에게

푸근한 둥지 자리조차 내어주지 못한

척박한 묵정밭의 생애여

(… …)

후줄근히 구겨진 내 사랑의 허물은

갈참나무 숲에 쌓인다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숲으로 가야 한다. 바람 따라 사랑을 짓고 생명을 잉태하는 숲에 들어서서 숨 한번 크게 쉴 일이다. 갈참나무 잎 겨드랑이에 맺힌 도토리는 사랑의 절규이고, 생명의 아우성이다. 비바람 몰아치고 햇살 따가워도 어김없이 잉태한 생명의 씨앗이다. 누구에게 따뜻한 양식도 내어주지 못하고, 겨울 바람에 차가워진 누군가를 안아주지도 못하는 사람살이의 그림자는 숲 그늘에 내려놓으면 된다. 누군가가 그리우면 철 따라 잎 돋고 꽃 피고 열매 맺는 생명의 숲으로 가야 한다. 알알이 여문 도토리 앞에 고백성사 하듯 무릎을 꿇고 지나온 삶을 가만가만 짚어볼 일이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