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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죽음 … 가족의 좌절과 용서 10년

두 번째 장편 『오래된 빛』을 7년 만에 내놓은 소설가 전수찬씨. 가족을 잃은 상처로 현실에서 부유하는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가 전수찬씨의 두 번째 장편 『오래된 빛』(문학동네)은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얼개는 이렇다. 소설의 주인공인 창수네 가족은 10년 전 집안의 막내 창호를 사고로 잃었다. 창호가 자신을 괴롭히는 반 아이의 호출로 밤에 산에 갔다가 그만 실족사하고 만 것이다. 창호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은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시들어간다.

 이번 작품은 전씨가 7년 만에 내놓은 것이다. 200자 원고지 600장 분량에 가슴 속에 생채기를 지닌 가족들이 여전히 ‘과거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즉 세월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습을 담아냈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는 뜻의 ‘미망.’ 10년 전의 사고는 ‘오래된 빛’으로 남아 창수네 가족을 잿빛으로 누르고 있다.

 -왜 가족의 상실인가.

 “상실감에 따른 불행이나 상처 앞에 놓인 인간을 조명해 볼 때, 보편적인 인간의 면모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씨는 전작 『어느덧 일주일』(문학동네) 이후 문학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존재의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또박또박 옮겨왔다.

 물론 주인공들이 실의에 빠져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전씨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고통스러운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줬다. 소설에서 창수네 가족은 바다로 가족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이들에게 바다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그러나 소설은 달콤한 현실로 포장되지 않는다. 대신 복수를 다짐해왔던 창호의 아버지가 가해자 학생의 몰락 앞에서 준비해두었던 증거자료를을 찢어버리고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일종의 해피엔딩인가.

 “현실적인 해피엔딩은 불행한 현실 자체를 직시하는 것이다. 예쁘지 않더라도 혹은 잔인하더라도 그런 모습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용기 말이다.”

 -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희망이란.

 “윌리엄 포크너와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읽으면서 상실감과 고통, 시련을 겪는 주인공들이 세상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건져 올린 희망을 발견했다. 그렇게 얻은 희망은 반짝거리지는 않지만 울림이 크고 오래 남아있더라.”

 전씨는 불행조차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긍정하게 된다고 믿는다. 소설의 간결한 문체 역시 이런 의도와 부합된다. 정서적으로 와해된 창수네 가족의 행로를 차분히 관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체를 작가의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전씨는 이번 소설에서도 고민을 거듭하며 문체에 공을 들였다.

 전씨는 시종일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았다. 이번 작품에 대한 미미한 흡족함도 엿보였다.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늦게 등단한 만큼 그는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조금 더 깊이 나아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모습과 삶의 비극성에 대한 고민이 농축된 이번 소설이 깊이 있는 울림으로 다가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터다.

글=위문희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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