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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한스 블릭스 전 IAEA 사무총장



“지금 글로벌 핵 이슈는 ‘제2의 혼수상태 10년(second decade of coma)’에 접어든 것 같다.” 한스 블릭스(83)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지 1년이 흘렀다. 경수로 위성사진이 확인됐지만 북핵 문제는 진전의 기미가 없다. 오히려 내년 한국과 미국의 대선 등 빅 이벤트에 가려 잊히지는 분위기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끝난 것 아니다”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조언
내일 방한 … e메일 인터뷰





한스 블릭스는 스웨덴 출신으로 1981~97년 IAEA 사무총장을 지낸 세계적 핵 전문가다. 그중에서도 북핵 전문가로 꼽힌다. 1990년대 이후 수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북·미 제네바 합의에도 관여했다. 핵문제에 대한 그의 목표는 간결하다. “나와 내 가족, 전 세계 사람들의 웰빙을 위해 핵무기는 없애고, 원자력은 최대한 활용하자.”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 앞서 29일 방한하는 그를 본지가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현인그룹(Eminent Persons Group)’의 주요 인사로 위촉됐다.



 -핵안보 정상회의에 50여 개국이 참석한다. 핵문제가 이 시점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 핵 문제는 이란 핵시설이 폭발하거나 북한이 군사도발을 일으켜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금 전 세계의 정치적 관심은 금융·경제위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자. 자연재해로 냉각장치가 고장 났는데 결과적으론 방사능 유출로 피해가 크다. 그런데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원자력 시설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자력 안전이 곧 핵안보와 직결되는 시대다.”



 -한국이 의장국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이 회의는 국제안보 분야에서 가장 큰 정상회의다. 이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주최한다는 건 국제 리더란 소리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가졌다. 꾸준히 핵 비확산 원칙을 지켜온 만큼 국제안보 질서를 만들어 가는 핵심 역할을 할 만하다.”



지난해 4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얘기를 하고 있다.


 -핵 테러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얻어 터트릴 위험은 비교적 낮다. 네트워크와 정보 습득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기술을 써 폭탄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 핵무기는 3~4명의 전문가만 있어도 만들 수 있다. 특정 조직이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건 이미 9·11테러로 확인됐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스위스나 이탈리아도 비슷한 행보다. 차라리 이 편이 나을까.



 “유감스럽다. 독일이 원자력에서 발을 뺀다고 했을 때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탄소배출 축소 목표치를 못 맞추면 어쩌려고? 영국만 해도 원자력 자체는 사랑 받지 못하지만 화석연료를 줄이고 낡은 원자력 발전소를 교체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력 발전의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종지부를 찍을 일은 아니다.”



 -그 대신 친환경에너지를 쓰면 좋지 않나.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를 100% 충족시키기 어렵다. 서울이나 상하이, 콜카타, 상파울루 같은 거대 도시들은 특히 그렇다. 그렇다면 석탄·석유처럼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보다 원자력이 훨씬 낫다고 본다. 당장에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건 지구온난화다.”



 -그런 견해가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과 관련이 있을까.



 “ 원자력을 사용하되 안전성을 훨씬 강화시켜야 한다. 동시에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 고르바초프는 체르노빌 사태를 언급하면서 ‘민간 핵 사고가 이토록 큰 재앙을 가져온다면 핵무기라는 건 결코 쓰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



 -한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과 독일·일본은 핵무기 없이도 국제사회의 리더,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3개 대표국이다. 한국은 평화적인 핵이 군수회사가 아니라 발전소에서 나온다고 설득할 자격이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원자력 통제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는 걸 도울 수도 있다.”



 -그러려면 자체적인 노력도 있어야 할 텐데.



 “한국은 조만간 낙후된 원자로를 현대적인 디자인을 갖춘 새것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이 나타날 거다. 또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원자력 기술, 방사능 물질이 시설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모든 나라에 필요한 기술을 한국이 먼저 개발할 수 있다.”



 -북한 얘기를 해보자. 6자회담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뭔가.



 “북한은 경제원조를 받으려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해체시키려면 외부로부터 어떠한 침공이나 체제 위협을 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동시에 국제교류 채널을 약속해야 한다. 군사적 위협은 역효과가 난다. 모욕적 언사도 안 된다. ”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 못지않게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가급적 줄였다. 또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할 경우 외교적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북핵 문제는 징벌보다는 인센티브가 먹힌다.”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은 어떻게 가면 좋겠나.



 “최소한 부시 정부처럼 하면 안 된다. 부시 정부는 북한과 이란에 너무 세게 채찍을 휘두르고 모욕감을 줬다. ‘악의 축(axis of evil)’이란 말은 부적절했다. 그런 태도로는 국내에서 표를 끌어모을지는 몰라도 진지한 협상을 이끌어낼 순 없다.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의지를 천명하고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5개국(미·영·프·러·중)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아래 ‘우리에게 핵군축 의무가 있다’는 걸 밝히기를 권고한다.”



 -미국이 예전처럼 세계 핵안보를 위한 독보적 역할을 하게 될까.



 “다른 나라들이 핵안보를 실천에 옮기는 걸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하지만 앞으로는 각국 경찰과 안보기관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협력하는 게 절실해질 거다.”



 -IAEA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을 것 같다.



 “한국은 한때는 독재정권이 들어선 개도국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앞서가는 민주 산업국가가 됐다.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정말이지 몇 개 안 된다. ”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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