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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피하던 수줍은 하나, 그림 그리며 마음 열었어요

26일 서울 고대 구로병원에서 열린 미술을 접목한 인문학 교실에서 하나(7·맨 왼쪽)양 등 희귀병 아동들과 가족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하나 바로 옆은 쌍둥이 언니(7), 뒤쪽이 어머니 김소미(40)씨다. 하나 앞에 놓인 작품은 투명판에 펠트와 스팽클 등을 붙이고 아크릴 물감을 칠해 ‘기분 좋은 눈’을 표현한 것이다. [김태성 기자]


26일 오후 3시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 지하2층 회의실. 아이들이 만든 미술작품과 그 과정을 담은 영상물이 소개된다. 하나(7·여)의 작품과 작업과정을 담은 화면이 떴다.

고대 구로병원 ‘희귀병 아이들 위한 인문학 교실’



 “하나는 처음에는 눈도 잘 마주치는 않는 수줍은 아이였어요. 지금은 자기 마음을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 의미를 설명해요. 하나의 성장은 모두를 놀라게 했어요.”



 수업을 총괄한 아뜰리에교육연구소 오종숙(54) 박사가 하나를 소개하자 박수가 터졌다. 이날 행사는 희귀·난치병 아이들을 위한 ‘미술을 접목한 인문학 교실’의 마지막 수업. 수업은 지난달 8일부터 8주간 매주 토요일 진행됐다. 고대 구로병원이 주최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후원했다. 저(低)신장증(일명 왜소증)· 레트증후군(신경발달장애)·구루병(비타민D 결핍증)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청소년 17명, 부모 11명이 참여했다.



 하나는 선천성 저신장증을 앓고 있다. 아직 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아 이란성 쌍둥이 언니와 키 차이가 별로 없는 편이다. 희귀병은 하나를 말 없는 소녀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그림에 통 관심이 없었다. 이미순 지도교사가 하나를 그림으로 이끌었다. 프린트·복사기를 활용해 동그라미·막대기·네모 등의 도형으로 꽃을 형상화하는 과정을 정성스레 설명했다. 수업이 계속될수록 하나의 말수가 늘었고, 집중시간도 길어졌다. 어느 날 하나는 “이거는 눈이야. 이거는 코야. 꽃도 이렇게 됐어. (기분이) 좋아서 이렇게 됐어”라고 말해 이 교사를 놀라게 했다.



 인문학 교실은 전문가가 1대1로 맞춤형 미술 지도를 한다. 조각들을 평면에 구성하는 가베 놀이, 지점토·찰흙·투명트레팔지 등을 이용한 만들기 수업을 했다. 작품이 화려해지면 아이들의 마음도 화려하게 변했다. 또 형제자매가 수업에 같이 참여하게 해 애들이 쉽게 맘을 열게 했다. 하나는 쌍둥이 언니가, 구루병을 앓는 제노(3·여)는 오빠(7)가 함께했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생, 부모들은 연세대 철학연구소 박남희 전임연구원에게 질병 스트레스를 덜거나 문제 상황을 이해하는 법 등과 관련한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과정이 끝나자 애들도, 부모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나는 “만들기 수업이 너무 재밌어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찰흙에 지점토를 덧붙여 백조를 만들었는데 나뭇잎으로 날개를, 마카로니로 깃털을 표현했다. 하나는 “백조들은 아기들을 사랑해요. 알을 업어주고 있어요. 물에서 수영해요”라고 스토리를 얹었다.



 하나의 집은 한 부모 가정이다. 어머니 김소미(40)씨는 “혼자 아이 네 명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나에게 한글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했다”며 “키가 작다는 약간의 장애가 있을 뿐 지능이 정상인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 (엄마로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정봉은 상무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이들이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장기간 입원하다 보니 자의식(自意識)이 약한 편인데 미술이나 인문학 수업을 통해 마음을 보듬어주면 꿈과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글=박유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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