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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격 없던 그리스 … 유로존서 퇴출시켜야”

한스 마르텐스(왼쪽 인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24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있다. 포르투갈 노동계는 정부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채택한 긴축정책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였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낮췄다. [리스본 로이터=뉴시스]


한스 마르텐스 유럽정책센터(EPC) 소장은 “‘유로존의 위기’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로 약 1시간에 걸친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유럽 위기, 현장의 목소리 - 배명복 논설위원 릴레이 인터뷰
① 한스 마르텐스 유럽정책센터(EPC) 소장



 “유로화는 1999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줄곧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유지해 왔다. 지금도 유로당 1.3~1.4달러 선을 유지하면서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고 있다. 위기라고 하는데 왜 유로는 달러보다 강세이고, 사람들은 유로를 계속 보유하고 있는가. 위기라면 팔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른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유로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유럽의 국제수지가 오래전부터 균형을 이루어 왔기 때문이다. 유럽 내부의 불균형이 문제일 뿐이다.”



 -유로존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재정정책과 신용정책이 거품을 일으켰고, 그것이 터진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다. 그 여파로 유럽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를 제외한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다. 정상적 수준의 성장만 뒷받침됐다면 유럽의 위기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유로화 도입과 지금의 위기가 무관하다는 뜻인가.



 “거꾸로 물어보자. 유로가 없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1차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이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도 평가절하 대열에 동참했을 것이다. 앞다퉈 평가절하를 하게 되면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실물경제는 어떻게 됐을까. 역내 교역인들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유로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금리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역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 언론의 보도와 시각이 너무 다른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언론은 깊은 생각 없이 들은 대로 마구 써댄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이탈리아가 ‘철부지 아이(bad boy)’가 되어버렸는데 정말 그런가. 유럽 언론은 ‘그리스 다음은 이탈리아’라고 너도나도 떠들고 있다. 정확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문제라는 식이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한다는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이유의 전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3.8%)은 유로존 평균(4.3%)보다 낮다. 또 국채의 57%가 국내 보유분이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다르다. 디폴트 가능성이 없다.”



 -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인가.



 “그리스는 애초에 유로존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나라였다. 통계를 조작해 유로존에 가입했다. 이후 저금리에 기대 빚잔치를 벌였다. 그로 인해 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유로를 위해서는 그리스가 없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지난달 말 EU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안에 합의한 것은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염두에 두고 방화벽을 친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EU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그리스 퇴출 이후 유로존 경제는 서서히 성장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성장이 회복되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줄어들면서 점차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스의 퇴출은 유로존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재정 운영에 종지부를 찍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유로존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유로의 위기가 유럽 통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적·재정적·경제적 통합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EU 차원의 더욱 강력한 경제적 거너번스의 필요성에 대한 회원국들의 요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 당시 ‘이 게으른 친구를 받아주면 안 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이 까다롭게 따지지 않았다. 문제가 있어도 일단 유로존에 들어오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앞으론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치의 문제이고, 리더십의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유럽의 두 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주의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중국이라면 훨씬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식 정치체제를 택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시장은 초 단위로 움직인다는 게 문제다.”



 -유럽 통합은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지속되면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비극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유럽 각국에서 국가주의와 반(反)유럽주의를 외치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가 집권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전선(FN)이 승리하고, 이에 자극을 받아 독일에서 콧수염을 기른 키 작은 남자가 다시 등장한다고 가정해보면 그런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뉴질랜드나 한국행 편도 항공권을 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결코 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무엇보다 독일이나 프랑스 여론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브뤼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한스 마르텐스=덴마크 출신의 유럽 문제 전문가. 덴마크 아후스 대학 국제 정치·경제학 조교수, 덴마크 은행연합회 조사국장, 덴마크 노조연합회 국제부장, 코펜하겐 한델스방크 경제국장을 거쳐 1989년 EU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마르텐스 국제 컨설팅 회사 설립했다. 2002년부터 EU의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인 EPC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아후스 대학과 코펜하겐 대학에서 강의하며 유럽 통합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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