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경쟁,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문을 여는 건 내 것을 가져가도 된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저쪽이 문을 연 건 그들의 것을 가져와도 된다는 말이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양쪽이 공평하게 문을 연다는 뜻이다.



 남이 내 것을 빼앗으려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뺏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게 돼 있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 저쪽의 열린 문으로 들어가도 비슷하다. 저쪽도 결사적으로 버틴다. 결국 문을 연다는 말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경쟁의 속성은 공포다. 두렵다. 남과 겨루는 게 무섭다. 적당히 나눠 먹으며 갈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서로 눈감아 주면 된다. 하지만 결과는 재앙이다.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나눠 먹다가 나라살림이 거덜나 세계 경제의 암 덩어리가 된 그리스가 이 꼴이다. 살림이 거의 거덜날 지경이 된 포르투갈·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다. 서로 봐준다는 말은 함께 자멸한다는 뜻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만성 침체의 위기에 빠진 일본도 비슷한 처지다. 일본에는 ‘니트(NEET)’족이 있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젊은이(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는 뜻이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약 70만 명이다. 같은 나이대 청년의 3% 정도가 경쟁을 피해 숨어 지낸다고 볼 수 있다. 맥 빠진 사회, 탄력 잃은 경제는 이런 경쟁 없는 진공상태 속에서 배양된 것이다. 지면 어떻게 되나. 밀리면 내 인생은 끝장인가. 이런 두려움에 가위 눌려 도전하지 않고 숨는다면 평생 도망자 신세 면치 못한다.



 이럴 바에야 맞서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내 문을 열고, 저쪽 문도 연 건 기회다. 이쯤 되면 경쟁의 속성은 변한다. 가수 인순이는 ‘나는 가수다’ 경쟁 대열에 합류하면서 이렇게 말해다. “(경쟁의) 무대에 서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도전의 결과는 아름다웠다.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는 얼굴을 찾았고, 여려 보이던 가수 박정현은 카리스마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완성했다. 조규찬처럼 탈락한 가수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나가수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인생의 무대에서는 더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부품처럼 이득을 보는 분야도 생기지만, 농업처럼 피해를 볼 산업도 생긴다. 이익은 더 누리고, 피해는 줄이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그러려면 폭풍 한가운데로 나서야 한다. 온몸이 젖고 살이 찢겨도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고도 졌다면 걱정하지 말라. 그 과정에서 배운 것만 챙겨도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맞서는 자에게 볕이 들게 마련이다. 경쟁,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