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진의 시시각각] 나라의 도가 무너지고 있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나라의 도(道)가 무너지고 있다. 정권이 국가 미래를 위해 국제적 흐름(자유무역협정)을 선택했다. 이미 여러 나라와 맺은 것이다. 특히 이번 한·미 협정은 진보·좌파 전임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이 정권은 끝까지 야당과 대화했으며 피해산업 대책도 마련했다. 그런데도 반대 세력은 폭력으로 막고 있다. 제1 야당의 대표와 전직 대통령후보는 반대를 선동한다. 반대 네티즌은 FTA를 옹호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한다. 극렬파 의원은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시위대는 경찰을 패더니 그제는 경찰서장에게 린치를 가했다. 이 나라에 도가 있는가.



 3년 반 만에 무섭게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여름 광우병 폭력 난동이 국가를 흔들었다. 도심이 해방구가 되더니 점거·폭력·욕설이 난무했다. 급기야 7월 27일 새벽, 젊은 경찰관 2명이 시위대에 린치를 당했다. 군중은 경찰의 상의를 벗기고 몰매를 때렸다. 공포로 고개를 숙인 경찰관을 누군가가 돌로 얼굴을 쳐올렸다. 시위대는 2인을 포로처럼 넘겨주었고 경찰은 멀뚱히 쳐다보았다.



 1주일 후인 8월 4일, 나는 ‘제복은 국가의 피부다’라는 글을 썼다. “독재 시절 제복은 정권의 갑옷이었다. 하지만 민주시대에 제복은 국가의 피부다. 경찰을 발가벗기는 것은 국가의 피부를 찢는 것이다. 제복을 찢고 경찰의 맨살을 패는 것은 국가에 대한 패륜행위다.”



 20년 전 노태우 정부 때도 린치 사건이 있었다. 1991년 6월 3일 저녁 신임 정원식 총리는 취임 전에 맡았던 대학원 강의를 끝내려고 외국어대에 갔다. 총리가 교육부 장관 시절 전교조를 탄압했다며 학생들이 공격했다. 학생들은 총리의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으며 발길질을 해댔다. 몇몇은 밀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총리는 30여 분간 끌려다니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탈출했다.



 이 충격적인 린치를 계기로 사회와 시국은 방향을 틀었다. 대통령은 단호했고 청와대는 그날 밤, 당·정·청 긴급회의를 열었다. 다수 여론은 “폭력으로부터 법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폭력 주도 학생들은 법정에 섰고, 재야 대책회의는 전국시위 계획을 포기했다.



 ‘물태우’로 불렸던 노태우는 민주화의 거센 흐름에 상당기간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노선은 지켜냈다. 오랜 군인 생활 탓인지 그는 공권력과 제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도 필수적이지만 자유의 칼날이 ‘국가의 피부’를 찢어서는 안 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공권력의 권위라는 국가철학에 관한 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 담당자들은 낙제생 수준이다. 대통령은 우유부단하고 철학이 약한 리더십으로 여러 차례 공권력을 위기 속에 방치했다. 광우병 촛불 때는 청와대 뒷산으로 쫓겨 올라가 ‘아침이슬’ 이나 부르고 있었다. 경찰관 2인이 린치를 당했을 때 그는 휴가지에서 안락을 즐겼다.



 대통령이 허약하니 야당도 아닌 여당이 공권력에 시비를 거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권당 대표라는 이가 크레인 장기 불법 점거자에 대한 공권력 집행을 반대하고 나섰다. 소장파라는 이들은 경찰의 정당한 ‘물대포 공권력’에 딴지를 건다. ‘겨울철에 차가운 물대포’라니, 아니 그러면 ‘따뜻한 물’로 해야 한다는 말인가. 먼저 원인을 제공한 불법·폭력 시위대에는 아무 말 못하면서, 광우병 난동엔 맞서지도 못했으면서, 선진국의 가혹한 법 집행은 인정하면서, 이 나라의 제복에는 시비를 건다. 그들에게 도(道)는 어디에 있는가.



 이 정권은 국민이 안겨준 소중한 권력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 철학과 국가관이 부실한 대통령, 권력의 단물만 즐기고 의무는 내팽개치는 핵심 인사, 금배지 하나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소장파…이들의 무책임으로 국가의 피부가 찢겨 나가고 있다. 젊은 경찰의 팔과 다리가 부러지고 나라의 법이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국가 정신이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나라의 도(道)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