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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고사목

느티나무 Zelkova serrata 고사목
고사목 - 최을원(1961∼)


더 이상 오를 곳은 없다

푸른 살들은 남김없이 제단이 바쳐졌다

내게 깃들던 것들은

모두 허공 속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움마저 단단하다

그러나 나는 유년처럼 설렌다

천 개의 태양이 지나간 길들을 되집어

나는 내 속을 돌고 있다

머릿속까지 타들어 가던 그 작열의 정점에서

불러다오, 푸르러서 서럽던 것들아

찬란하던 새벽의 불면들아

(… …)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저 맑은 햇살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볼 때까지,

자벌레 한 마리

신의 손등 위에, 혹은 푸른 잎사귀 위에

슬며시 놓일 때까지

오래 전에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푸르던 잎과 윤기 흐르던 온 가지를 까맣게 태워 하늘의 제단에 바친 경북 봉화 청량산의 고사목(枯死木)이다. 나무 안에 깃든 모든 생명이 창졸간에 허공으로 불꽃 되어 날아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무는 천 개의 태양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제 몸을 하나 둘 비웠다. 비우고 또 비워 제 몸 깊은 곳에 허공을 지었다. 그 안에 새 생명을 키운 건 예정된 순서였다. 알을 깨고 갓 나온 애벌레·개미·거미, 그리고 썩은 나무 부스러기와 한줌의 먼지를 거름 삼아 뿌리 내린 풀꽃. 푸른 허공에 홀로 남은 천 년의 고사목은 다시 천 년의 생명을 키우기 시작했다. 비움으로써 이뤄낸 생명의 신비다. <고규홍·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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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