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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의총’ 연막 치고 본회의장 진입 … 허 찔린 민주당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2일 최루탄이 터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스크를 한 채 한?미 FTA 비준안에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전 짙은 연막을 피웠다. 21일 홍준표 대표가 “전 의원을 대상으로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그것이 비준안 처리를 위한 ‘예비소집’임을 짐작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22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선 한·미 FTA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비준안의 24일 본회의 처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오후 2시 정책의총이 시작됐을 때 모인 의원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원내대표단에서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안 온 사람이 많다”고 역정을 내면서 의원들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됐다. 원내대표단은 나오지 않은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을 독촉했다. 오후 3시쯤 폭탄선언이 나왔다. 황 원내대표가 갑자기 나와 “긴급상황이다. 지금 본회의장에 들어가 FTA를 처리하겠다. 지금 이동하시라”고 한 것이다. 3시5분쯤 의원들은 술렁거리면서 예결위 회의장을 나와 본청 로텐더홀을 가로질러 본회의장 앞에 모였다. 의원들은 국회 경위들에게 “빨리 문 열어 달라”고 외쳤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몰려 들어갔다. 감쪽같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이었다. 의총엔 없었지만 따로 연락을 받고 나온 박근혜 전 대표도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기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오늘 표결 처리하느냐”고 묻자 그는 “네”라고 말했다.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구하며 열흘째 단식 중이던 정태근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협상파 의원도 회의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회에서 몸싸움이 발생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홍정욱·권영진 의원 등은 동원령에 응하지 않았다.

 3시15분쯤 박희태 국회의장을 대신해 정의화 부의장이 의장석으로 입장했고 경위 20여 명이 단상에 배치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본회의장에 들어갔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명씩 본회의장에 달려왔다. 한나라당에 완전히 허를 찔렸다는 표정이었다. 3시27분쯤 굳은 얼굴로 회의장에 들어가던 손학규 대표는 기자들이 “언제 알았느냐”고 묻자 “지금, 지금”이라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정 부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지만 과거처럼 집기 투척 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4시8분쯤 ‘펑’ 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꺼내 의장석 앞에서 터트린 것이다. 정 부의장은 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최루가스가 퍼져 나가자 여야 의원들은 기침을 하면서 본회의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 의원들의 긴 줄이 섰고, 일부 의원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자 의료진이 긴급 투입되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는 진공청소기 등을 동원해 최루가루 제거작업을 벌였고 정 부의장은 다시 입장해 4시24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정 부의장은 4시28분 비준안을 직권상정했고 4시32쯤 정 부의장은 비준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어 14개의 이행법안 처리까지 처리하고 상황이 종료된 것은 오후 5시1분. 표결에 참여한 의원 가운데 강원도 홍천-횡성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과 선진당 의원 7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박근혜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나가면서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그동안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4년7개월을 끌던 한·미 FTA가 상정에서 표결 처리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4분’이었다.

김정하·백일현·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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