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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회 일정 보이콧” … 예산 심의 파행 불가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2일 한·미 FTA 비준안이 가결된 뒤 본회의장 앞에서 “무효투쟁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 부터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이용섭 대변인, 손 대표, 민노당 김선동 의원, 이정희 대표, 권영길 의원. [김형수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지금부터 FTA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새해 예산안 심의를 포함해 향후 국회 일정도 모두 거부하기로 했다. 그간 FTA 비준안 저지를 야권 연대의 핵심 연결고리로 삼아온 손 대표가 이번엔 장외투쟁이라는 강경책을 꺼내든 것이다. 민주당은 비준안 처리를 주도한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의화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국회 내 투쟁’도 병행하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비준 동의안과 이행법안 14건의 표결이 끝난 뒤 비준안 처리 무효를 주장하며 본회의장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당이 FTA 비준 규탄 장외투쟁에 들어가기로 한 만큼 2012년 예산안 처리도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21일부터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의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도 민주당 위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이틀 만에 중단됐다.

 여권은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FTA 비준안에 이어 새해 예산안까지 단독 처리를 해야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둔 12월 국회에서 비준안에 이어 예산안까지 두 번의 강행 처리를 했다간 한나라당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하더라도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만으로 예산안 심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민생이 많이 어려운 데다 예산안 심사는 국회의 기본적 책무인 만큼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도 “국회는 한·미 FTA와는 상관없이 새해 예산안은 물론 상임위별로 산적한 민생 법안들도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도 내년 총선에 대비해 복지예산과 지역구 예산을 늘려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다음 주 계수조정소위가 본격적인 증액 심사에 들어가면 민주당 의원들도 다시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번 장외로 나간 민주당이 원내로 ‘회군’(回軍)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때와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직후에도 각각 한 달 보름, 두 달씩 거리로 나갔었다.

 야권 분위기는 당시 못지않게 격앙돼 있다. 손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권이 또다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당내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번 FTA는 국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졸개에 의한 쿠데타”라고 성토했다.

 야권 통합을 위해서라도 야권은 강경기조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27일까지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12월 17일 통합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방침이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FTA 강행 처리는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야 5당과 FTA 날치기 규탄 집회를 함께 여는 등 FTA 투쟁을 야권 통합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이날 비준안 통과 후 합동 의총을 열기도 했다. 한나라당으로선 FTA라는 난제 하나를 풀었으나 예산안 처리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정효식·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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