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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부품·섬유업 “대형 호재” … 농축산업 “올 것이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에서 비준된 2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부두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울산=연합뉴스]


한국과 태평양 너머 초강대국 미국을 연결하는 ‘경제 고속도로’가 열렸다. 한국은 최대 경제권인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김익주 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은 “미국이 FTA를 맺은 나라 중 한국과 같은 거대 무역국이 없다”며 “중국·일본 등 주요 산업국을 제치고 최대시장인 미국에 한발 더 가까이 갔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시아의 무역 허브가 될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1월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세계 경제의 61%에 해당하는 국가와 무역장벽을 허물게 된다. 한국의 경제 영토는 세계 3위로 넓어진다. “토끼는 한 평의 풀밭으로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지금 넓은 들판으로 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당시 박흥수 농림부 장관이 말했고 그 후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자주 언급했던 바로 그 ‘초원’이 생겼다.

 “대형 호재다. 일본·유럽 부품 업체에 월등하게 앞설 수 있는 고지를 선점했다.”(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최문석 부장)

 “참담하다. 구제역, 한·EU FTA에 이어 세 번째 펀치다.”(전국한우협회 김영길 부회장)

 22일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소식에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미 수출기업과 자동차 부품업체·섬유업체 등은 “대형 호재가 왔다”며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농축산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 무역과 경제 발전사 중 가장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며 “7만여 무역 업계를 대표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FTA로 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이 기대된다. 내년 1월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모든 절차가 차질 없이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일찍부터 한·미 FTA 비준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혔다. FTA가 발효되는 즉시 관세(2.5~10%)가 철폐된다. KOTRA 조사에 따르면 미국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완성차 업체 등은 “FTA가 발효하면 한국 부품 구매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특히 GM은 한·미 FTA 이후 한국산 부품 구매 규모를 현재 7억 달러(약 8015억원)에서 10억 달러(약 1조145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최문석 부장은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해 금형·철강·유리·타이어 등 관련 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공장 인근의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섬유 업계도 “한·미 FTA가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폴리에스테르·나일론·스판덱스 등의 고기능성 원사에 대한 관세 4.3%가 즉시 철폐되면 국내 원사 생산업체뿐 아니라 봉제·제직업체들까지도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 분야 전망도 밝은 편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면 김치·라면·삼계탕·된장 및 고추장·아이스크림 등의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수산물의 대미 수출액은 올 들어 9월까지 4억2159만여 달러로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농어업 분야 전체를 보면 타격이 크다. 한·미 FTA 발효 뒤 15년간 12조원, 매년 8445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타격이 큰 분야가 축산이다. 발효 뒤 15년간 누적 피해액이 7조29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과일(3조6162억원)과 채소·특작물(9828억원)·곡물(327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전국한우협회 김영길 부회장은 “농가들의 충격이 상당하다. 이미 FTA로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늙은 암소나 개량이 덜 된 소를 도태시키면서 사육 규모를 줄여 나가는 농가가 많다”고 전했다. 그래서 정부의 FTA 보완대책도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일부 업계의 피해를 걱정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자동차 부품, 섬유 분야의 중소기업은 큰 혜택을 보겠지만, 의료기계·화장품·제약·서비스 산업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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