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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세컨드무버’에겐 기회 없다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
세계 최고의 최고경영자(CEO)로 칭송받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잡스 특유의 경영전략과 이로 인한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만든 회사로부터 내쳐졌다가 복귀하고,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만든 ‘성공 스토리’만으로도 굳이 아이폰·아이패드 매니어가 아니더라도 잡스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많은 사람을 아쉬워하게 했다.

 한 기업의 CEO이자,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회장으로서 잡스가 복귀한 이후 애플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요인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애플의 출시 사이클을 들여다보면,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할 때만 해도 한국이 상용화한 MP3 플레이어 후발주자였지만, 특유의 디자인과 함께 아이튠스 등 관련 생태계를 절묘하게 활용하면서 시장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된 아이팟 클래식의 매출이 늘어날 무렵, 완전히 다른 후속모델인 아이팟 나노, 터치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이어진 신제품들은 시장은 물론 세상을 바꿔 놓았다.

 이 같은 전략에서 우리는 이미 장악한 시장에 머물러서 1위 자리를 수성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선점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이 같은 전략은 지나치게 소모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신제품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명 자체를 무색하게 하여 시장을 지속적으로 장악해 나간 것이다.

 애플의 지난 10년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시장 판도를 보면 더 이상 ‘스마트한 세컨드 무버(Second Mover;First mover 다음에 진입하는 후발주자)’로서의 전략은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영속적인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필자는 이 같은 애플의 전략을 되돌아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9·15 전력대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그리드는 해마다 계속되는 전력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중·장기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스마트그리드는 수많은 시스템으로 구성된 ‘System of Systems’다. 스마트그리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 기업,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완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시스템들을 구성하는 시스템에 있어 독자적 기술을 보유하고, 미래를 내다보고 철저한 준비를 해 온 기업만이 스마트그리드 시대라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글로벌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만 바라고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그 규모나 구조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며, 정부 역시 정전대란 이후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 등 스마트그리드 활성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기업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때가 됐다. ‘세컨드 무버’는 늦게 출발한 만큼 적은 기회만을 얻게 될 것이다. 스마트한 ‘퍼스트 무버’가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리드할 수 있다.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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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