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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융합에 눈 뜬 IBM 벤치마킹하라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사장
정보기술(IT) 산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며 여기저기서 걱정이 많다.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해오던 IT였기에 조금만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도 그런 우려가 크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IT산업은 정말 정체돼 가고 있으며 그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는가? 그건 아니다! IT는 여전히 중요하며 또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IT산업을 보는 우리 눈이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과학의 바탕인 물리학의 중요성이 세월이 흐른다 해서 퇴색되지 않는 것처럼, IT 또한 모든 비즈니스의 밑바탕으로서 그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니, 단순히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IT는 이제 ‘기본’에 속하는 것이 됐다. 어떤 한 부분이 아닌, 어느 분야에나 꼭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기반 시설)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IT산업 성장의 한 축은 이 인프라스트럭처라는 개념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타 산업과의 융합, 즉 컨버전스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IT는 이제 타 산업에 들어가, 그 산업과 융합되어, 생산성을 높이고 새 가치를 더하는 것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실제 교육·의료·금융 같은 여러 분야에서 IT 융합의 기치를 내건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다. 왜 그럴까?

 IT는 이제껏 ‘주인공’이었다. 마치 은막의 스타가 탄생해 팬들의 사랑 속에 성장하듯 IT 또한 늘 주목받는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한 시절 스타가 영원한 스타일 순 없는 법. IT 또한 늘 가장 빛나는 자리를 차지할 순 없다. 바로 여기에 타 산업과의 성공적 융합에 대한 단초가 있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를 나는 좋아한다. 그가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으로 펼친 명연기를 잊을 수 없다. 그는 또한 많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해 왔다. 놀라운 연기력으로 극 전체를 떠받치곤 한다. 그래서 난 그가 출연한 영화라면 일단 좋은 작품일 거란 믿음을 어느새 갖게 됐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뿐 아니라 조연작들도 그렇다. 이 뛰어난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할 정도라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한때 스타였던 배우에게 중요한 조연을 맡겼는데, 그가 옛 관성에 따라 조연의 역할을 마치 주연인 양 연기한다면 영화는 어떻게 될까. 작품은 망가지고 배우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요즘 IT산업 종사자들의 모습이 딱 그렇다. IT에 ‘융합’이라는 영화에서 멋진 조연의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옛 버릇 때문에 마치 자신이 주연인 양 습관적인 연기를 해버리고 말았다. 혁신적 작품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던져버린 셈이다.

 타 산업에 속한 이들이 보기에 IT 종사자들은 넘치게 똑똑하다. 그들이 IT에 손 내민 건 융합산업을 위해 그런 인프라스트럭처가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한 구성원이 돼달라는 건데, 일부 IT 종사자들은 자신이 해당 분야를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치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가 레이스의 운전자로까지 나서는 격이다. 그는 분명 누구보다 차를 잘 만든다. 차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게 운전까지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타 분야에서 운전대를 잡는 것은 실제 그 영역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데 IT 종사자들이 나서, 마치 모르는 게 없는 양 자신이 차도 만들고 정비도 하고 운전대도 잡겠다고 우기면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내가 IT의 미래인 융합산업 발전을 위해선 먼저 일부 IT 종사자들의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도 기꺼이 맡겠다는 열린 태도가 아쉽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 수정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룬 사례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IBM이 대표적이다. IBM은 과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로 세계 굴지의 IT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성장 정체를 피할 수 없었다. IBM 경영진은 관점을 바꿨다. 타 분야에 들어가 그 분야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새 가치를 더해주는 것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제 IBM에선 그렇듯 타 영역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서비스 분야 매출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매출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성현의 말씀이 기억난다. “자세를 낮추어라. 가치를 더해 주어라. 더 많은 것이 네게 돌아올 것이다.” IT 또한 자세를 낮추는 만큼 미래 융합산업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최두환 KT종합기술원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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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