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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 영화 ‘토라 토라 토라’를 보고

영화 ‘토라 토라 토라’의 한 장면.
1970년에 제작된 영화 ‘토라 토라 토라(Tora Tora Tora)’는 진주만 기습사건을 전후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처럼 많은 사전 정보가 있었는데도 미 해군이 진주만 기습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외교 암호를 해독한 미 해군은 일본 군부가 미국과의 전면전을 선택할 것이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미·일 간 전쟁을 촉발할 대형사고의 발생 시점이 1941년 12월 7일이며, 장소는 태평양의 어느 곳이라는 사실도 감지했다. 그럼에도 사건 당일 미 해군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을 당했다. 심지어 기습 당일 새벽에 진주만 근해에서 일본군의 소형 잠수함이 발각돼 격침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이 소중한 정보도 지휘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숱한 경고에도 진주만의 미 해군이 대비하지 않았던 이유는 ‘미·일 간의 전쟁은 아시아에서 시작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 시발점은 아시아의 필리핀이 될 것이고, 미 태평양함대는 필리핀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는 기존의 시나리오에 너무 의존한 결과다. 여기에는 감히 일본 해군이 위험을 무릅쓰고 태평양을 건너 오겠느냐는 안이한 발상도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보가 있었던 탓에 ‘이번에도 별일 없이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큰 화를 부른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올 하반기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완전히 기습당해 정신없이 난타당했다’는 말 외에는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지난해 이후 많은 경보가 울렸던 것도 사실이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는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단기적으로 이슈가 봉합됐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신흥국의 소비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했던 것도 돌아보면 중요한 경보였다. 선진국 경기가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지만 이 또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해석해 버렸다.

 많은 위험 신호에도 올 하반기 투자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던 원인은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고 나면 경기와 자산가격은 반등한다’는 기존의 시나리오를 너무 신뢰한 결과로 보인다. 새롭게 발생하는 뉴스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에 자신이 세워놨던 시나리오에 맞춰 해석하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기존 시나리오와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게 마련이다. 올 하반기 주가 하락은 주식시장이 ‘시나리오대로 착하게 움직이는 연극배우가 아니다’라는 점을 모두에게 깨우쳐준 사건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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