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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불가피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어제 오후 국회에서 가결됐다. 2006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미국과도 FTA를 맺어야 한다”고 선언한 지 5년10개월, 2007년 6월 말 한·미 양국이 협정문에 서명한 지 4년5개월 만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된 것이다. 지난달 미국 상·하원에서 먼저 비준된 양국 FTA는 내년 1월 1일 발효된다. 내년부턴 한·미 양국 사이에 새로운 경제교역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가 비준되기까지 국회에선 많은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과 민노당 측은 지난달 말부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장을 점거해 왔다. 비준안이 해당 상임위에서 처리되는 걸 저지하기 위해서다. 양당 보좌관들은 회의장 안팎에 진을 친 채 한나라당 의원들의 접근을 차단했고, 일부는 의원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다. 이 때문에 외통위에선 비준안을 심사하고 표결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비준안 처리를 당부했지만 소용없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 당장 재협상한다는 미국 행정부 장관급의 서면 약속을 받아오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 대통령이 “비준을 해 주면 협정 발효 3개월 내에 책임지고 협상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서면 약속을 받아오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민주당엔 무일촌(無一村·마을이 없다)”이라고 한 건 아무리 기다려도 민주당의 태도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는 22일 비준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했고, 사회권을 정의화 국회부의장(한나라당)에게 넘겨 비준안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

 정 부의장이 본회의를 개회하자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수의 열세로 표결을 저지하진 못했다.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던진 최루탄에서 나온 최루가스가 본회의장에 퍼졌으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 등 170명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눈물을 훔치며 표결을 했고, 비준안은 찬성 151, 반대 7, 기권 12표로 가결됐다.

 이를 목격한 민주당은 총력 투쟁을 천명했다.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민노당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 정권이 또다시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의 당리당략을 위한 반대로 부득이한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 말대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ISD에 관한 건 노무현 정부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 ISD는 국제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거의 모든 FTA에 들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 투자한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투자한 한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다. ISD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FTA가 발효된 뒤에도 관련 규정을 고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발효된 다음 협상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은 비준안 처리를 무효라고 하지만 그건 억지다. 민주당은 그간 한나라당 단독 처리를 유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 때 표를 얻기 위해 한나라당에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당의 전략 아니었던가. 비준안이 가결되자 옳다 하고 농성에 들어간 것도 그런 맥락 아닌가. 민주당은 농성을 풀고 국회로 복귀해야 한다. 한·미 FTA 발효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문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새해 예산안과 관련 법안 등을 충실하게 심의하는 게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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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