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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5000억 아낄 수 있는데 … 재정부 ‘외로운 싸움’

“옳은 방향이라는 것도 검증됐고, 조율도 끝난 문제였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국회와 업계의 반발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에 대해 답답함부터 호소했다. 지난 10일 예정됐던 공청회는 업계의 무력시위로 무산됐다.

 최저가낙찰제는 가격을 낮게 써낸 업체가 공공공사를 따내는 것이다. 1999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됐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모든 공사로 확대된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7월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미 예고되고 확정됐다. 하지만 올 들어 국회에서 ‘이상조짐’이 나타났다.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의와 자료 요구가 쏟아졌다. 재정부 안에서조차 “최저가낙찰제가 대체 뭐기에…”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최저가낙찰제 보완대책을 마련하되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재정부는 지난 10일 보완대책도 내놓았다. 몸집 큰 대기업이 중소건설사 물량을 챙겨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등급제한입찰제’를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종합건설업체를 시공능력 평가액에 따라 6개 등급으로 나눈 뒤 해당 등급 규모의 공사에만 입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대형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의 수주물량을 일정 수준 확보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국정기조인 ‘동반성장’이나 ‘공생발전’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러나 재정부가 건설업계와 국회의 ‘2인3각’ 공격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배숙·권경석·현기환 등 일부 의원들은 최저가낙찰제 내년 시행을 규정하고 있는 정부의 시행령을 무력화하기 위해 아예 모법인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부 안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지난해 시행령 개정에 합의했던 국토부도 업계와 지방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시행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22일 이 문제를 논의했던 재정위 소위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국토부 관료에게 “너무 업계만 편들지 마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청와대도 팔짱을 낀 채 최저가낙찰제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지방에서 이 문제가 자꾸 불거져 시끄러워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도 최저가낙찰제에 관해 정무적 판단을 앞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재정부는 업계와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좋게 보면 ‘의견 수렴’일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부는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 하한선을 10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가 3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낮아지면 1년에 80건, 금액으로는 1조6000억원가량만 최저가 공사로 넘어간다. 중소건설업체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면 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률이 하락해 매년 5000억원 안팎의 공사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이만큼의 ‘정부 보조금’이 보이지 않게 그동안 건설업계로 흘러들고 있는 셈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저가낙찰제를 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나라 살림을 축내 일부 건설업체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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