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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든 수퍼위원회 … 미국 또 ‘부채 위기’ 먹구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의회의 수퍼위원회(국가부채 감축을 위한 공동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공동위원회(수퍼위원회)가 21일 오후(현지시간) 합의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공동위원장인 민주당 패티 머리 상원의원과 공화당 젭 헨서링 하원의원은 의회에서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초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항복 선언이었다.

 수퍼위원회의 합의 시한은 23일 자정까지였지만 합의가 이뤄질 경우 48시간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이날이 사실상 시한이었다.

 수퍼위원회의 발표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이제 우리는 (합의안을 마련하기 전인) 8월로 되돌아갔다”며 “위원회 합의가 실패하면 2013년부터 재정적자를 자동 감축하기로 했던 여야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나는 합의가 실패함에 따라 자동 지출 감축 조치를 무산시키려는 의회의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부문과 국방 부문에서 자동으로 예산을 감축하겠다는 올 ‘8월 빅딜’만큼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반면에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높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수퍼위원회가 합의에 이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합의 실패로 연방정부 지출이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1조2000억 달러 삭감된다. 민주당이 중시하는 의료보험과 공화당이 강조하는 국방비 지출이 모두 깎인다. 양쪽에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앞으로 양쪽은 1년 동안 추가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올 초의 예산 협상, 6월 연방정부 부채 상한 증액 협상 등이 진통을 거듭한 점을 지적하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 방안에 대해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은 잔뜩 움츠렸다. 여차하면 시장을 탈출할 태세다. 성마른 쪽은 팔아치웠다. 이날 미국·유럽 주가가 2~3% 떨어졌다. 골드먼삭스의 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재정위기에다 미 수퍼위원회 무산까지 시장을 짓눌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초 시장이 우려했던 미 신용등급 추가 강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협상 결렬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이 미국의 신용등급이나 미국 국가부채 전망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 대변인도 “미국 현재 신용등급은 트리플A(AAA)이고 신용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미 신용등급은 현재와 같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평가회사인 피치는 유보적이다. 피치는 “이달 말까지 미국 신용등급 검토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치가 S&P처럼 전격적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월가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럼에도 수퍼위원회 합의 실패는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백악관·민주당·공화당은 올 8월 부채 한도를 9000억 달러 정도 늘리는 선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진화했다. 대신 수퍼위원회 합의 이후에 부채 한도 1조5000억 달러를 추가 증액하기로 했다. 합의가 추가 증액의 전제조건이었다.

 영국 BBC 방송은 “미 의회의 이견으로 한도를 추가 증액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미 정부가 다시 한번 부채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차 부채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 재무부는 부채 한도를 거의 소진했다. 한도 15조1940억 달러(약 1경7200조원) 가운데 이달 18일 현재 15조400억 달러 정도를 조달해 사용했다. 여분은 1500억 달러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빠듯한 부채 한도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정책을 펴기 힘들어 보인다”며 “수퍼위원회 무산이 경제 활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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