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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리 시 치유학, 눈물과 카타르시스②



【서울=뉴시스】김하리 글·김쾌민 그림<47>



파트3. 마음의 레시피



눈물과 카타르시스②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빠른 속도로 과학문명과 기계문명이 발달하는 만큼 감성이 사라진 가슴은 이성이 더 뚜렷해지며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 냉정한 마음에 찾아오는 손님은 정신적인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마음의 병을 유발시키고, 마음의 병은 육체의 병으로 이완시킨다.



살아가면서 과도한 체면은 마음의 병을 초래한다. 때론 체면 따위는 벗어 던져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될 때, 한 번 생각하고, 두세 번 생각하고 난 후에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신경성 소화 장애를 유발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마음 흐르는 대로 하라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싶다. 무조건 참으라는 충고나 종용하는 것 역시 마음에 부담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직장에서만 경리부에서 27년을 근무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줄 정도로 착실한 가장이었고 정직했으며, 말이 없고 책임감 강한 그는 회사 내의 자기 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곳이나 시기와 모함을 하는 사람은 으레 있기 마련이다. 해가 바뀌고 상사도 바뀌게 됐다. 상사는 아부와 말 잘하며 그 남자를 시기하는 사람의 말만 듣고 27년 동안 착실하게 근무한 사람을 지방으로 발령을 내림과 동시에 직급도 내렸다. 즉, 너 자신이 알아서 사표를 내고 직장을 그만두라는 경고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부인과 자녀 두 명이 있었다. 매월 받는 봉급으로 살아가던 그가 사표를 내면 당장 아이들 등록금과 생활을 꾸려나갈 수가 없었다. 죽을 만큼의 고통이 어느 날 그에게 날벼락처럼 찾아왔지만, 가족들에게 말도 못하고 신경성과 분노와 우울증으로 날이 갈수록 형편없이 야위어갔다. 몇 개월 동안 아내에게 거짓말로 변명을 했으나 통장에 입금되는 봉급으로 인해 결국 탄로가 나고 말았다. 가족의 생계도 생계지만 사표를 내고 난 후, 꼼짝없이 누명을 뒤집어 쓸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자존심도 버리고 굴욕을 참으며 회사를 다니는 일은 하루하루가 지옥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었다. 우연히 6개월 만에 본 그의 모습은 몇 개월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탈모가 된 반백의 머리, 식빵이` 탄 것처럼 거무스름하게 변한 얼굴, 고통과 절망이 역력히 배여 있는 형편없이 변한 그의 모습은 그가 그 동안 어떤 고통 속에 지냈는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결국 1년 정도 버티다가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가족들의 성화로 사표를 내고,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여행을 하는 등 날짜와 시계를 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1년을 그렇게 지내는 동안 그의 누명은 밝혀져 다니던 직장에 다시 다녔다. 그러나 가슴 깊이 박힌 배신의 상처와 고통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으나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회복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는 2여 년 동안, 남몰래 흘린 눈물이 한강의 절반은 될 거라고 할 정도로 고통이 어느 정도 심했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슴속에 남아 있는 상처는 다 아물지 않았고, 그를 파멸로 빠트린 사람을 용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괴로운 일이라서 빨리 용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남자라서 울어선 안 된다는 어른들의 교육 때문에 참느라 가슴에 병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울고 싶으면 울라는 말도 덧붙였다. 남몰래 흘린 눈물 없이 분노만 가득찼더라면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 분의 얼굴엔 아직 수심이 남아 있었다.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정화작용 혹은 배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눈물을 흘리면 왜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384 BC-322BC)가 시학에서 진정한 비극이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은유라고 하였다. 이 은유는 의학 용어인 ‘카타르시스’에서 유래했다. 비극의 목적은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이런 감정들을 정화하는 것이다. 아스토텔리스의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수백 년 동안 비평가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독일의 극작가이자 문학비평가인 고트홀트 레싱은 카타르시스가 지나친 감정을 고결한 기질로 바꾸어준다고 주장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해석은 관객이 통제된 상황에서 주인공과 똑같은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고 느낌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외부로 발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다시 말해 감정의‘정화 작용’, ‘배설’이란 의미을 지니고 있다.



즉, 비극을 감상할 때 관객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때 자기의 고뇌를 발산하고 감정이 깨끗하게 정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분석의 용어로 마음속의 억압된 감정을 행위나 언어를 통해 발산함으로써 정신적인 균형이나 안정을 회복하는 ‘메커니즘(mechanism-어떤 행위를 성취하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심리 과정, 정신 분석학에서는 무의식적 방어 수단을 지칭)’과 이것을 이용한 심리요법(정화법)을 뜻한다.



카타르시스에 대한 한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초상집에서 슬프게 울었는데 그 사람의 애절한 눈물과 애틋한 애도는 초상집을 방문한 여러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그런데 그 조문객은 울음을 그친 후, ‘타계한 분이 누구시지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자신의 슬픔을 타인의 죽음에 투사했던 것이다.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여 해소한 것이다. 이것을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 내면의 억압된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무의식 속에 잠재하여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감정인 슬픔, 공포, 연민, 고뇌, 불안, 갈등, 적대감, 불만 등을 무의식 바깥으로 표현하고 표출하여 배설하고 정화해야만 한다. 이것을 배설이나 정화로만 번역할 수 없어서 카타르시스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카타르시스의 정화는 마치, 처마 밑에 꽁꽁 얼은 고드름이 녹아내리는 것과 같다. 겹겹이 쌓였던 외로움과 서러움과 고통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해방감을 맞이하는 것처럼 배설한 느낌은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진 봄날처럼 가벼움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지닌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평할 정도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주는 것도 사람들과 교류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과 만나면 기분도, 분위기도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때론 처음부터 어긋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기도 하고, 배신과 상처를 입기도 한다. 가로수의 나무들의 행렬처럼 두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하나로 합쳐지는 충만함은 기쁨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입증이기도 하다.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심정은 가슴 밑바닥에서 격렬하게 치고 있는 파도이거나, 눈을 뜨고 죽음처럼 있는 불면과 같다. 격렬하게 치고 있는 파도를 잠재우거나 충혈돼 예민해진 눈이 편할 수 있도록 잠을 자도록 해준다거나 가슴 속에 죽음처럼 잠자고 있는 감성을 끄집어내어 이성과 감성을 조절하여 따뜻하게 달래주어야 한다. 고통을 앓고 있는 사람의 가슴 안에 누렇게 곪아 있는 고통의 화농을 부드럽고 아프지 않게 천천히 짜주어야 한다. 가슴을 찌르고 있는 가시들을 통증 없이 빼내 주어야 한다. 외로움과 슬픔의 고통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찾아와 가슴을 야금야금 베어가는 도둑이다. 경찰에 신고 할 수도 없고, 잡아갈 수도 없는 완전 범죄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ㅅ서‘문학은 역사 서술보다 더 철학적이며 진지한 행위’라고 말했다. 고통의 뿌리를 아픔 없이 없앨 수 있는 치유의 방법 중에서 문학의 치유는 빠르며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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