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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식단은 무조건 ‘거지 밥상’? 그건 아니죠

“상추나 배추 쌈만 먹어요.” 김정숙(58·오른쪽)씨가 당뇨식을 어려워하자 대한당뇨병학회 박성우 이사장이 밥상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못 먹을 음식은 없다”며 “조금씩 나눠 드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14년째 당뇨병과 씨름하는 김정숙(58·서울 서대문구)씨. 2년 전 갑자기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았다. 혈당조절에 실패한 게 이유였다. 이후 좋아하던 과일을 먹지 않고 있다. 김치도 나쁘다고 해서 담그지 않는다. 거의 매일 잡곡밥에 닭가슴살과 상추·배추만 먹는다. 국은 우거짓국의 건더기만 먹는다. 주변에서 토마토가 좋다고 해서 매일 챙겨 먹는다. 김씨는 “당뇨병 때문에 맛있는 건 다 포기했다”며 “삼겹살과 순대·사과·너무 먹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대한당뇨병학회 대국민 캠페인 ‘온전한 밥상’ <1>



 밥상에 답이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식사는 치료제 이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식단관리에 소홀하다. 그러다 보니 고혈당과 저혈당을 반복하며 합병증에 시달린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이다. 보건복지부 2008년 조사에 따르면, 당뇨환자 중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는 환자는 27.1%에 그친다. 고혈압 조절률 42.4%보다 낮다. 히포크라테스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고 했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온전한 밥상’을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을 펼친다. 혈당 관리에 왜 식사조절이 중요한지, 어떻게 먹어야 할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고기 먹는 건 문제 없어 … 지방·껍질 제거해야





당뇨식을 오해하는 환자가 많다. 고기·찌개는 안 되고 채소·잡곡밥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식품영양위원회 김종화(세종병원 내분비내과장) 간사는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10명 중 7~8명이 ‘앞으로 뭘 먹어야 하느냐’ ‘먹을 게 없다’ ‘거지 밥상이다’ ‘좋은 인생 다 지났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이라고 못 먹을 음식은 없다. 대한당뇨병학회 박성우(강북삼성병원 당뇨병전문센터장) 이사장은 “무얼 먹느냐보다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회 김성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홍보이사는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다면 먹어라. 대신 양을 조절해 혈당이 크게 오르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식의 핵심은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는 것이다. 식사는 혈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꺼번에 많은 열량을 섭취하면 혈당이 치솟는다.



혈당이 치솟으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열량이 높은 음식은 조금씩 먹으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혈당조절에 실패하면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섭다. 고혈당 혈액이 떠돌며 혈관을 막는다. 눈에 망막증, 하지에 당뇨발, 신장에 신증, 심장에 협심증, 뇌에 뇌졸중 등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는 22만 명, 말초순환장애 환자는 27만 명이었다. 합병증에 든 진료비만 연간 2035억원에 이른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식사조절이다. 강북삼성병원 최진선 영양사는 “처음에는 신경을 쓰다가 몇 달 지나면 70~80%가 포기한다”고 말했다. 맛없는 식사를 견디지 못해서다.



핵심은 양 조절 … 현미도 ‘많이’ 먹으면 곤란



당뇨병 환자도 맛있게 식사할 수 있다. 조리법을 바꾸고 대체 양념을 쓰면 된다. 고기는 지방과 껍질을 제거하고 삶아 먹는다. 육수는 지방층을 굳혀 걷어내고 먹는다. 당뇨병에 특별히 좋은 음식은 없다. 등푸른생선과 견과류가 몸에 좋다지만 지방이 많다. 많이 섭취하면 체중이 늘고 혈당조절이 어려워진다. 혈중지질 농도도 높여 혈관을 손상시킨다. 김성래 이사는 “짠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며 “안 그래도 낮은 인슐린 기능을 더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보리·현미밥이 능사가 아니다. 쌀밥보다 거칠어 소화가 늦고 혈당을 천천히 올려 권장할 뿐이다. 김종화 간사는 “잡곡밥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가 지나치면 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오랫동안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이 소실되고 뼈가 약해진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적당히 먹어야 한다.



 당뇨식은 특별하지 않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강한 식사다. 온전한 밥상을 위해서는 교육을 자주 받아야 한다. 2008년 한국영양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식사요법을 3회 심층 교육한 환자들이 1회 교육받은 환자들에 비해 체중과 당화혈색소가 2배씩 낮았다. 혈압과 중성지방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간 추가되는 약제비도 1회 교육군은 1만6790원인 데 비해 3회 교육군은 730원으로 미미했다.



식사·운동·약물 3박자 … 식사가 가장 중요



박 이사장은 “아무리 약을 잘 먹고 운동해도 식사조절이 안 되면 목표 혈당에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치료의 요체는 식사·운동·약물 3박자다. 이 중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엔 웬만한 종합병원에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아산병원은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영양사와 30분간 일대일 면담을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를 5박6일간 입원시켜 합병증 예방을 위한 식사·운동 요법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매년 동·하계에 2030캠프를 열고 식사요법을 강의한다.



 의사·영양사와 함께 음식을 고르고 설명을 듣는 당뇨뷔페 프로그램도 인기다. 세종병원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당뇨병전문센터는 지난해 출간한 책 『당뇨병 희망프로젝트』에서 ‘당뇨병 최고의 명의는 건강한 밥상’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



NO



▶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 아니다 X



당뇨병 환자도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삼겹살은 지방을 잘라내고 5점 정도 먹는다. 당뇨병이라고 못 먹는 음식은 없다. 다만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삶은 고기는 한끼에 70g, 하루에 총 140~160g 정도가 적당하다.



▶물 이외엔 마셔선 안 된다? 아니다 X



커피도 하루 1잔은 괜찮다. 대신 프림·크림은 지방 덩어리이니 뺀다.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도 반 잔 정도는 괜찮다. 권고하지는 않지만 마셔도 된다. 주스도 한 잔 정도는 괜찮다. 그러나 무가당 주스도 혈당을 높이니 방심하지 않는다.



▶간식은 무조건 안 된다? 아니다 X



혈당을 잘 조절해 목표치에 도달했다면 식후 4시간 뒤에 간식을 허용한다. 간식은 식빵 한 조각 또는 주스 한 잔 정도가 알맞다. 목표 혈당은 식전 80~120㎎/dL, 식후 100~160㎎/dL,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말한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된다면 먹지 않는 게 현명하다.



▶술은 마시면 안 된다? 아니다 X



소주·맥주·와인 등 남자는 총 2잔, 여자는 총 1잔 정도는 괜찮다. 문제는 한두 잔이 한두 병이 되거나, 안주를 먹는 것이다. 술은 칼로리가 높지만 에너지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다음 날 아침엔 오히려 저혈당이 나타난다.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게 좋다? 아니다 X



혈당은 식사 20분 뒤부터 올라간다. 식사 1시간30분 뒤엔 최고치에 이른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건 식사 2시간 뒤다. 식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먹으면, 혈당이 제대로 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더 올라간다. 너무 적게 먹어도 저혈당 위험이 있다. 적정량을 하루 세 끼에 나눠 먹어야 한다.



▶포도당이니까 포도는 더 나쁘다? 아니다 X



과일을 먹어도 좋다. 그러나 많이 먹는 건 곤란하다. 포도도 하루 10~15알은 괜찮다. 사과나 홍시는 크지 않은 걸로 1개를 먹는다. 특별히 나쁜 과일은 없다. 어떤 과일이든 합쳐서 여성의 한 주먹 정도를 먹는다.





YES



▶당뇨병은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그렇다 O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기가 어렵다. 당뇨병은 고혈당 혈액이 혈관을 망치는 질환이다.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늘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떨어진다. 중성지방이 늘어 혈액이 걸쭉해진다.



글·사진=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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