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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통영의 딸, 대법관 안건 ‘억류’한 FTA국회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2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앞엔 철제 의자 10여 개가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민노당 당직자 4명은 그 곁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거나 책을 읽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정국에서 20일 넘게 반복되고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렇게 굳게 잠긴 외통위 회의장 안엔 ‘인권’이 갇혀 있다. 북한 공작원에 속아 1985년 입북했다가 25년이 넘도록 북한에 억류돼 있는 신숙자(69)씨와 딸 오혜원(35)·규원(33)씨의 인권 말이다.



 지난 9월 1일 여야 국회의원 34명은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생사 확인 및 송환 촉구 결의안’을 마련했다. 가족을 두고 혼자 탈북한 신씨의 남편 오길남(69)씨의 호소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10월 14일 이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하고 외통위로 넘겼다. 하지만 FTA 문제로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결의안이 외통위에 ‘억류’돼 버린 것이다.



 보다 못한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는 결의안을 조속히 채택해 국민적 관심을 표명하고, 신씨 모녀의 송환을 위해 각국 의회와 협조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문까지 보냈지만 국회는 대꾸조차 없다.



 그사이 오히려 나라 밖 활동이 활발해졌다. 캐나다 의회 의원 40여 명은 신씨 모녀의 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준비했다. 이르면 이달 중 나올 예정이라 한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한국을 방문해 21일 오씨를 만나 송환운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외통위 소속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국 국회가 고통 받는 국민을 잊어버린 사이 다른 나라가 먼저 결의안을 낼 수도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영의 딸’ 결의안뿐이 아니다.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본래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비준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상황 때문에 회의가 취소되면서 기약 없는 상태가 됐다.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은 18일 퇴임했다. 당장 대법원에 대법관 공백 사태가 빚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말 인사청문회를 마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4개월 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FTA로 인해 국회가 ‘개점휴업’하고 있는 동안 국정의 동맥경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FTA가 국회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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