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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국가안보 기술’ 자립 시급하다

정동석
인하대학교 IT공과대학 학장
대학 졸업 직후 미사일 개발 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다. 미사일 개발에는 화학·전자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그중에서 전자제어 쪽 개발을 맡았었지만 화학 분야 조직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추진제 실험을 수도 없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실험을 한 번 할 때마다 어마어마한 경비가 날아가지만 최적의 배합률이나 점화시간 등을 찾아내기 위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300㎞를 날아가는 미사일 추진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



 이처럼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기술은 결코 외국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항공관제 기술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국내 항공관제 시스템은 전부 다국적 해외 기업에 100% 의존하고 있다. 간단한 프로그램 변경이 필요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국이 프로그램의 내부 소스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제 환경이 바뀌어서 관제 프로그램을 일부 변경할 필요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프로그램을 한 줄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업무라도 설치 업체가 100만 달러를 요구하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 항공관제 기술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고 복잡한 기술일 뿐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관련된 운영체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국내 연구 환경이 이런 ‘인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을 포함해 연구비 제공 기관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실적과 결과물을 기대할 뿐이다.



 한국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한 데에는 ‘빨리빨리 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되돌아볼 때가 됐다. 중국의 대학교 실험실에 가보면 대부분의 실험 장비가 투박하고 낡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를 가지고도 우주선을 띄우고 대륙간 탄도탄을 만들어 내는 등 우리가 못하는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실험 장비들이 중국 내에서 자체 제작된 기기(器機)들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개발 모델을 조림사업에 비유한다면 한국은 다 자라서 충분히 성장한 나무를 사다가 옮겨 심는 식이고 중국은 직접 씨를 뿌리거나 아주 어린 묘목을 사다 심어서 어릴 때부터 돌보면서 키우는 식이다. 한국식은 결과는 빨리 보지만 옮겨 심은 땅이 맞지 않아 나무가 병이 들어도 그 이력을 몰라 고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중국식은 그 과실을 얻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어릴 때부터의 모든 과정을 알고 있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 해결할 능력이 있다.



 기술개발, 특히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은 스스로의 힘으로 개발해 ‘우리 것’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안보 기술은 그 성격상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도 많은 선진국들처럼 지원은 해주되 간섭은 최소한으로 하는 연구 환경이 요구된다.



정동석 인하대학교 IT공과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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