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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 만에 다시 야인이 된 최중경 직설 토로

‘오뚝이 경제관료’ 최중경이 다시 야인이 됐다. 16일 그는 9월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식경제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취임 10개월 만이다. 그의 ‘조기 강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정부 들어서 기획재정부 차관직에 오른 그는 ‘고(高)환율 정책’ 논란에 4개월 만에 하차했다. 과거 재경부 국장 시절에는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으로 입은 평가손실이 문제가 돼 해외를 떠돌기도 했다. ‘중도 하차-화려한 복귀’를 거듭하면서 나름의 진퇴관을 체득한 것일까. 퇴임 직전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다시 야인이 된 심경부터 물었다.



가끔은 거친 게 해법
욕 안 먹으려 하면 일 안 돼
기름값 내려도 정유사 이익

 -억울하지 않나.



 “초유의 사태고, 서울시장 선거도 있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정전사태 다음날 대통령이 불시에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했을 때 마음을 비웠다. 솔직히 예상보다 일찍 온 퇴임이다. 하지만 정무직은 진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감정을 실을 여지도 없다.”



 -정전사태를 빚은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나.



 “위기 상황에선 국가가 수요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에 ‘자율 절전’을 요청했지만 30%가량만 응했다. 겨울철 대책을 짜면서 ‘사전 약정 맺은 기업들이 말 안 들으면 강제로 끊을 수 있게 하라’고 했다.”



 -다소 거친 방식인데.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실무자들에게 우아하고 세련된 대책보다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가끔은 다소 거칠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게 해법인 경우가 많다. 욕 먹지 않고 일하려면 일이 안 된다.”



 -그럼 차차 해야 할 ‘세련된 대책’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가격이다. 하지만 당장은 전기요금 수준이 너무 낮아 웬만큼 올려선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번 대책에선 빠진 이유다. 앞으로는 올리는 속도를 좀 높일 필요가 있다. 또 전기를 많이 쓰는 곳과 사전에 세밀하게 전기공급 계약을 맺어 전력당국의 대응 능력을 키우고,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로 소비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최 전 장관은 ‘몸을 사리지 않는’ 관료다. 속내를 감추지 않고, 표현도 직설적이다. 그렇다 보니 재임기간 시장과 마찰도 잦았다.



 -정유사를 압박한 것을 두고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논란이 있었다.



 “정유사는 국내에 딱 네 개다. 독과점 체제에서 정부는 소비자 이익이 줄어든 게 아닌지 당연히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기름값을 100원 내려 국민은 혜택을 받았고, 정유사도 그 와중에 이익을 내지 않았는가.”



 -기업 임원들의 고연봉을 깎아 청년 고용을 늘리자는 얘기도 했다.



 “그 돈 주고 경쟁적으로 해당 임원을 스카우트하려 한다면 시장 원리라고 인정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젊은 인재들을 사장시키면서 소수 임원에게 과도한 임금을 주는 건 시장원리인가.”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정치권과의 관계도 그리 순탄치 못했다. ‘괘씸죄’에 걸려 홀로 현안 질의를 받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고, 국정감사 때는 “허위보고를 했다”고 지적하는 의원과 맞서 격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와 충돌이 유난히 잦았다.



 “국회와 행정부 사이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사무관 시절부터 의원들이 장관을 과도하게 몰아칠 때면 공무원 생활에 회의를 느꼈다. 어느 조직이 다른 조직에 열패감을 느끼게 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 갈등으로) 내가 손해 봤을 수는 있다. 하지만 후배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다면 백번 그런 대가를 치를 의사가 있다.”



 -외환시장에서 붙인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항상 ‘자리가 아니라 가치를 보고 일하자’는 생각을 해왔다. 환율 개입도 내 몸만 생각하면 그렇게 할 필요 없었다. 하지만 환율이 급격히 내려가면 중소기업은 골병 들고, 일자리는 사라진다. 누군가는 투기세력을 막아야 하고 그러자면 손실도 난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정책비용이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그는 “내가 회계사지만, 갈 곳은 대학밖에 없더라”라고 했다. 지난달 말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돼 퇴직한 고위 공직자의 로펌·회계법인행은 크게 까다로워졌다. 그는 이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 첫 장관급 인사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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