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퀵에 실려 가는 수험생, 대학의 횡포다

요즘 주말과 휴일마다 대학가에 퀵서비스 오토바이 수 백 대가 출몰하고 있다. 논술 고사 시험이 끝나 쏟아져 나오는 수험생들을 태우고 다른 대학의 논술 고사장으로 달리기 위해서다. 어이없는 대한민국 입시 현장이다.



 대입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수험생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위험천만한 일들이 백주대낮에 벌어진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곡예 주행은 기본이다. 뒷자리 수험생은 짐짝에 불과하다. 안전모도 쓰지 않고 오토바이에 매달려 있다. 오토바이 기사에게 “보험은 들었느냐”고 묻자 “짐 나르는 오토바이에 무슨 보험이냐”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대입 논술은 수능 시험이 끝난 직후 주말부터 2주간 집중적으로 치러진다. 대학 입시 담당자들은 매년 연초부터 택일(擇日)을 위해 눈치 작전을 벌인다. 경쟁 대학과 일정이 겹치면 수험생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전, 오후로 나눠 논술고사가 벌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들이 서로의 영업 시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담합(談合)한 결과인 셈이다. 입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수험생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대학의 횡포다.



 그런데 수시모집 전형 기간은 9월 초부터 12월 6일까지다. 논술 시험도 얼마든지 시간을 가지고 나눠서 실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능 시험 이전에 논술을 보면 수험생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논술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들은 지금까지 ‘고교 재학 중 독서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운 학생들을 뽑기 위한 취지’라고 주장하지 않았나. 학생들이 평소 학교 공부로 대비할 수 있도록 고교 교육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한다면 학기 중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 논술을 치르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넘겨 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입시 일정을 조정하고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 스스로 수험생의 편의와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수험생은 짐짝이 아니라 이 땅의 미래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