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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사마귀 유치원을 내버려둬라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사마귀 유치원’이 요즘 화제다. KBS-2TV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말이다. 지나간 방송을 보고 싶다면 굳이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러 회원 가입을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 검색창에 ‘사마귀 유치원’만 쳐 넣으면 수십 개의 동영상이 뜬다. 이전 에피소드 대부분을 볼 수 있다. 거의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의 골 동영상 수준의 인기다.



 최근 며칠 새, 유치원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알려진 대로 강 의원은 국회의원을 소재로 삼은 10월 2일 방송분을 문제 삼아 지난 17일 코너의 핵심 배역을 맡은 개그맨 최효종을 형사 고소했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집권 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된다”는 등의 내용이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에 해당된다는 거다. 만화가 강풀, 소설가 이외수, 동료 개그맨 김미화·남희석 등이 가세하면서 여론은 일방적으로 최효종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모양새다. 최효종 자신은 “개그로 고소까지 당할 줄 몰랐다”고 했단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벼든다”는 비아냥도 나오는 모양이다.



 ‘본방’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문제의 에피소드를 챙겨 봤다. 한마디로 강 의원이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말 그대로 웃자고 한 일일 뿐이다.



 웃음은 어떻게 유발되는 것일까. 심리학에서는 기대가 어긋나 어색해진 상황이 대화 참가자의 규칙 발견으로 해소될 때 웃음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부조화-해소 이론(Incongruity-Resolution Theory)’이다. 모처럼 용기를 내 던진 농담 한마디가 좌중을 썰렁하게 해 난처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듯싶다. 듣는 이들이 ‘농담 속의 뼈’를 쉽게 알아채면 모두가 즐거울 테지만 그러지 못해 어색한 상황이 지속되면 모처럼의 용기는 회복하기 어려운 만용이 된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대화 참가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웃음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설가 성석제씨의 2003년 소설집 『조동관 약전』(강)에 붙인 해설에서다.



 이씨는 “농담은 농담하는 자와 농담을 듣는 자의 암묵적 계약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한다. “농담이 철저히 대화적이며 타자 지향적인 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화 쌍방의 참여 의지이지 농담 내용의 진위가 아니다.



 심리학 설명과 이광호씨의 발언을 조합하면 이렇다. 유치원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새싹을 교육하는 그야말로 경건한 곳이다. 한데 그런 곳에서 교육하는 내용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민망한 ‘19금(禁)’ 일색이다. 이런 부조화에서 생겨난 불편함은 곧 개그의 칼끝이 기성세대를 조롱하는 데 있다는 깨달음으로 해소된다. 물론 이를 농담으로 즐기려면 어디까지나 개그라는 점을 명심하고 기꺼이 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사마귀 유치원을 내버려 두자. 잘 웃는 사람이 건강하다지 않은가.



신준봉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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