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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손학규, 옥스퍼드의 실패

김진
논설위원
정치전문기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는 1096년부터 교육을 시작했으니 915년이나 되었다. 오랜 세월 옥스퍼드는 개방과 진보의 자세로 인류 지성(知性)에 기여했다.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받아들여 영국 문예부흥을 이끌었다. 18세기엔 산업화를 위해 지식 기반을 제공했고 19세기엔 여성 계몽에도 앞장섰다.



 옥스퍼드 출신을 옥소니언(Oxonian)이라고 한다. 옥소니언에는 세계사에 공헌한 인물이 많다. 영국의 국왕 2명과 총리 26명, 다른 나라의 국왕 13명과 국가원수 35명, 종교 성인(聖人) 12명, 노벨 수상자 47명…. 세인에게 친숙한 옥소니언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철학자 존 로크와 토머스 홉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그리고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있다.



 위대한 옥소니언은 옥스퍼드에서 배운 합리(合理)로 무장해 역사를 개척했다. 세상을 보는 눈은 다양했지만 문제 해결은 합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얄팍한 이익을 위해 혹세무민(惑世誣民)하거나 선동하지 않았다. 철새처럼 왔다 갔다 하지 않았다. 오늘의 작은 이익을 위해 과거를 부정(否定)하지도 않았다.



 이런 옥소니언들이 가장 이질적으로 생각할 동창이 한 사람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그는 1981~87년 옥스퍼드에서 공부했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정외과 교수를 지냈다. 손학규는 한나라당 품 안에서 3선의원·장관·경기지사가 됐다. 그런 그가 당의 우물에 침을 뱉고 야당으로 갔다. 민주당에 가서는 선동과 미망(迷妄)의 대열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추 값이 폭등한 적이 있다. 한 포기 1만원을 넘었다. 여름철 고온·장마와 태풍 곤파스 때문에 고랭지(高冷地) 생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손 대표는 이를 4대 강 공사 탓으로 돌렸다. “개발로 하천 경작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로 공사는 다 끝났고 하천 경작지는 더 많이 물에 잠겼다. ‘손학규 가격 이론’대로 하면 배추 값이 2만원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왜 2000원인가. 옥소니언 중에는 애덤 스미스와 앨프리드 마셜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가 있다. 이들에게 ‘손학규 배추 값 결정론’은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것일 게다. 이들이 살아있다면 손학규를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추천할지 모른다.



 민주당으로 간 이래 손학규는 이명박 정권의 모든 것에 반대한다. 4대 강 개발이야말로 대표적인 지역 균형발전 사업이다. 그런데도 대운하라고 매도했다. 지금 대운하는 어디에 있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매우 효과적인 것이다. 손 대표는 자신이 경기지사일 때 114개 기업으로부터 14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자랑한다. 지사 시절엔 FTA를 옹호하고 지지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를 선동하고 있다. 옥스퍼드 동창 오스카 와일드가 살아있다면 그를 소재로 희곡을 쓸 것이다. 제목은 ‘어느 옥소니언의 어지러운 춤’.



 옥스퍼드를 나와 한때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했던 사람, 그리고 유명 앵커 출신으로 한때 집권당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 이 두 사람이 지금 민주당의 FTA 미망과 선동을 이끌고 있다. 양인은 과거에는 자신들이 마치 선각자인 것처럼 개방과 도전을 강조하면서 FTA를 옹호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쥐머리가 들어있는 식빵이나 되는 것처럼 FTA를 국민 앞에 내던지고 있다. 이 나라의 백성은 까딱했다가는 이런 사람들을 대통령으로 모실 뻔했다.



 ‘황무지’의 시인 토머스 S 엘리엇도 옥스퍼드를 나왔다. 그는 땅속에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우므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그 4월에 비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하다고 그는 노래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곧 겨울이 오고 첫눈이 내릴 것이다. 손·정에 대한 한국인의 기억을 첫눈 속 깊이 묻어버릴 수는 없을까. 기억이 살아 춤을 추면 내년 4월은 더 잔인하고 어지러울지 모른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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