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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오늘도 타석에 올라 헛스윙만 한참 하다 내려온 것 아닌지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안타 한 방이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결정적 국면에서 타석에 올라가는 타자. 당신이 감독이나 타격 코치라면 그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어깨에 힘 빼고, 평소 치던 대로 치면 돼. 쫄지 마.” 반드시 안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오히려 평소 실력도 안 나올지 모른다고 믿기 때문 아닐까. 골프 초보자가 제일 많이 듣는 말도 힘 빼고 치라는 말이다.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니….



 선배들로부터 수없이 들은 얘기도 어깨에 힘 빼고 쓰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누구처럼 문장을 완롱(玩弄)하는 ‘문선(文仙)’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이상 가당키나 한 소린가.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위산 과다 분비로 속이 쓰려온다. 외야를 꿰뚫는 멋진 장타는 고사하고 내야수 앞 안타라도 쳐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늘 뒷골이 당긴다. 삼진 아웃을 당하는 악몽에 시달린 적도 있다. 글을 쓰는 처지가 타자보다는 투수의 입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직구로, 어떤 때는 변화구로 승부를 거는 투수처럼 글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구질의 코너워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머니볼(Moneyball)’이란 영화를 봤다. 타자나 투수가 아닌 프로야구단 단장의 입장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의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성 휴먼 드라마다. 구단주로부터 배정받은 한정된 재원으로 최적의 선수를 스카우트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구단의 ‘최고 스카우팅 오피서(CSO)’인 셈이다. 별볼일 없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팀의 단장을 맡아 2002년 메이저리그 사상 첫 20 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빌리 빈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야구를 소재로 이런 품격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신기하면서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는 프로의 세계가 편안하게 다가올 리 없다. 통계학과 수학을 야구에 접목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이용하면 경제적으로 최적의 선수 조합이 가능하다고 확신한 빈 단장은 철저하게 출루율과 장타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스카우트했다. 적은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돌파구였지만 관행을 벗어난 그의 시도는 숱한 반대와 항의에 직면한다. 전통과 인습의 벽을 허무는 리더의 결단과 고뇌에 영화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그는 미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실적과 능력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 몸값이 정해지는 것이 비단 프로야구만인가. 경쟁 사회에서 돈벌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메이저든 마이너든 리그의 연속 아닌가. 평균 타율 3할대만 유지하라고 했는데 오늘도 헛스윙만 하다가 내려왔다. “그동안 애썼다”는 소리 들을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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