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첼시 플라워쇼 올해 소형부문 최고상 … "국내 기업 관심 가졌으면”

정원의 왼쪽 중심에 높이 8.5m짜리 경계 초소를 세운다. DMZ의 긴장과 사랑을 담는 동시에 생태환경 감시탑을 상징한다. 울타리는 군사분계선 철책과 덩굴식물으로 꾸민다. 그 밑으로는 강줄기를 흘려 보낸다. 사람은 넘지 못해도 강물은 여전히 남북을 관통한다는 걸 은유한다. 정원 뒤편의 경계는 참호와 돌담, 불탄 나뭇가지로 조성할 예정이다. 철모는 야생화의 그릇이 되고, 불 탄 그루터기는 정지된 시간을 보여준다. DMZ에서 자라는 한국의 토종 식물로 정원을 꾸민다. 런던까지 비행기로 옮겨 다른 기후에 적응시켜야 해 쉽지 않은 도전이다. 황씨는 출품작에 영국인 참전 용사들의 이름을 함께 건다.
“올해 런던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분들을 만나 뵈었어요. 여든을 넘긴 그분들이 오랜 세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아픔을 위로해드리는 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후원사를 찾는 일. 영국 그린피스에 기증한 ‘해우소’ 정원은 소형이라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지만 대형 정원은 차원이 다르다. “영국인의 정원에 대한 사랑은 지극해요. 각국에서 적극 후원해 박람회 180년 역사를 지켜왔죠. 내년은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과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해라 마케팅 효과도 클 거라고 해요. 국내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