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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

미국에선 192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위대한 세대(great generation)라고 부른다. 언론인 톰 브로커가 1998년 쓴 책의 제목에서 나왔다고 한다. 위대하다는 명칭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세대는 특별한 역경과 고난을 겪었다. 10대 때는 대공황을 경험했고 20대 때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귀국했지만 세계대전이 끝난 뒤 몇 년 만에 한국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또다시 징집당해 끝내 숨진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이 세대는 동시에 위대한 미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군사적으로만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민주정치의 성숙도 등 모든 면에서 전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기틀을 이들이 다졌기 때문이다.

김종혁의 세상탐사

미국 민주당계 잡지인 뉴리버블릭(The New Republic)은 지난 9월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제목이 재밌다. “왜 위대한 세대의 자식들은 그렇게 이기적인가?”였다. 위대한 세대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와 낳은 아이들이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다. 아마 1945년부터 5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일 것이다. 이 잡지의 분석에 따르면 위대한 세대의 아버지들은 조국을 위해, 회사와 이웃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가 이룩한 경제성장과 부(富)의 과실을 따먹으며 자란 그 다음 세대는 지극히 이기적이 됐다는 것이다. 아마도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의 히피·반전문화를 염두에 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석이 얼마나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생긴다. 대한민국에도 과연 위대한 세대가 있었을까?

요즘 다들 힘들어한다. 청년실업, 양극화, 경제성장 둔화,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5000년 한민족 역사 가운데 지금보다 더 큰소리치면서 산 적도 사실은 없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렇다.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생을 통해 후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준 세대를 ‘위대하다’고 정의한다면 맞다, 대한민국에도 그런 세대가 있다. 일제 치하인 3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일 것이다. 식민지에서 태어난 그들은 10대 때 해방이 됐고, 20대 때 전쟁을 치렀다. 분단체제하에서 4·19와 5·16, 12·12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모든 굴곡을 경험했다. 그 와중에서도 나라의 기틀을 마련해 냈다. 바로 내 부모님 세대다.

며칠 전 어떤 강연장에서 작가 김훈씨가 “분노한 젊은이들이 ‘꼰대’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일갈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이로 보나 직장 내의 직위로 보면 아마도 나는 정확히 그 ‘꼰대’ 그룹에 포함될 것 같다. 물론 내 마음은 안 그렇지만 말이다. 한데 돌이켜보니 고등학교에 다닐 때 나도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꼰대라고 비꼬았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 속에는 그게 불과 얼마 전 같다. 그런데 세월이 ‘어, 어’ 하는 사이에 후딱 지난 것이다. 이집트 피라미드에선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귀가 발견됐다고 한다. 아마 지금 ‘5060 꼰대들’을 비판하는 2030세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꼰대가 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40대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의 ‘꼰대’였던 아버지 세대에게 미안한 것은 그들이 겪은 고통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 다시 말해 그들의 위대함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거의 꼰대’가 되어 보니 그들이 위대했다는 걸 알겠다. 그들이 이룩한 과실을 따먹으며 살다가 어느 순간 꼰대가 됐는데 정작 우리 자식들 세대에게는 우리 아버지 세대만큼 일자리도 못 만들어주고, 미래의 비전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겠다. 너희 할아버지 세대는 훌륭했고 너희들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다는 것도 알겠다.

요즘 세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좀 웃긴 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느냐 아니냐를 놓고 그걸 못하면 죄인이거나 반민주적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눈이 나빠져 그런 걸 하기 힘들 뿐인데 말이다. 그 스스로 꼰대인 정치인이나 교수들이 그러는 걸 보면 젊은 층의 표를 얻어 뭔가 얻어내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우선 아버지 세대에 대한 감사부터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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