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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7명 중 2명만 당론 따라 “반대”

한나라당이 이번 주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태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이와 관련,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을 방문한 박 전 대표에게 기자들이 “FTA 비준안을 놓고 직권상정, 표결 처리 분위기가 있는데…”라고 묻자 그는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전부 일임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결정을…”이라고 답했다. 표결 처리가 이뤄지면 참여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표결 처리 땐 물리적 저지”가 민주당 당론인 만큼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한미 FTA, 광역단체장 16명 중 9명이 찬성

중앙SUNDAY는 18일 광역자치단체장 16명 전원에게 FTA 관련 입장을 물었다. 비준안이 통과되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실제로 손해와 이득을 보게되는 이해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장들은 현재 소속 당과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원론엔 찬성하면서도 지역 내 농·축산업 피해에 대한 비난 여론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FTA 논의가 수년째 계속 되는데 찬반이 아닌 어정쩡한 입장도 있었다. 여야 정치권은 당론에 묶여 팽팽하게 맞섰지만 지방정부 수장들은 일단 찬성과 반대가 각각 9대 4로 “비준해야 한다”는 쪽이 많았다. 한·미 FTA 비준을 뚜렷하게 반대한 광역단체장은 무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 등 4명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은 모두 찬성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단체장 7명 중엔 당 지도부의 강경론을 확실하게 따르는 반대 입장이 2명에 불과했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완주 전북지사다. 제조업 의존도가 낮은 강원도의 최 지사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FTA를 가장 강도 높게 반대했다. 김완주 지사는 민주당 내 강경파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전주고 선배로 정 최고위원과 절친한 관계다.

공개적으로 찬성론에 선 민주당 소속 단체장은 2명이었다. 수출을 늘리는 게 대한민국이 살길이란 소신을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내적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었다. 같은 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미 한·미 FTA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러곤 이런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중 나머지 3명은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한 채 정부에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과 보완대책 마련을 주문하거나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그동안 한·미 FTA 찬성에 가깝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강운태 광주시장은 중앙SUNDAY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다.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이 “민주당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의 FTA 전선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발언한 뒤다.

같은 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도지사는 도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입장을 밝히기가 적절치 않다”며 유일하게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안희정 지사는 “국민이 정부와 대통령을 불신하고 있다. 이 문제를 푸는 게 FTA 해법의 본질인 만큼 대화와 설득에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자기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FTA에 대해 찬성 쪽으로 밝히더니 중앙SUNDAY 질문에선 이처럼 입장을 완화했다.

강운태 시장은 “한·미 FTA는 피해대책 등 미흡한 분야를 보완한 뒤 내년 1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9일 기자간담회에선 “한·미 FTA는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한 바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 김범일 대구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은 피해 지역 여부를 떠나 일제히 찬성했다. 자유선진당 염홍철 대전시장과 무소속 우근민 제주지사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었다. 농업인 피해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면서 한·미 FTA 비준을 뚜렷하게 반대한 광역단체장은 무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다.

박원순 시장은 외교통상부·행정안전부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친노(친노무현) 중심의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인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는 농업 분야가 많아 피해 도민이 예상되는 데다 한국이 손해 보는 불평등 사유도 있는 만큼 독소조항에 대한 재협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찬성 입장의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무역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한국은 무역에서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할 때도 그런 관점에서 찬성했다”며 “당시 열린우리당이 발의해 추진하던 일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의 전남지사였다. 그는 “다만 한·미 FTA로 농·축산업에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적으로 철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은 FTA 찬성 발언 때문에 지역 내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지난 9월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한·미 FTA가 시장을 넓히는 길”이라며 “FTA가 빨리 돼야 규모의 경제가 나오고 기업 유치도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송도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지역 내 남동공단 등의 제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게 인천시의 당면과제다.

한·미 FTA에 대한 광역단체장의 찬반 입장엔 지역경제 상황이 반영됐다. 제조업 비중이 높거나 수출이 많은 시·도 지역일수록 한·미 FTA에 대한 찬성 강도가 높았다.지난해 857억 달러(약 100조원)를 수출해 시·도별 수출액에서 1위를 차지한 경기도에선 찬성의 강도가 가장 높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자유무역은 당연히 확대돼야 한다”며 “나는 과거부터 FTA를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수출도시 울산(수출액 2위·714억 달러)의 박맹우 시장은 “울산 경제의 해외 의존도는 90%에 가깝다”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 부품 수출 확대와 외국인 직접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최대 물동항인 부산의 허남식 시장은 “한·미 FTA는 기계·자동차 등 부산 지역의 제조업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구는 자동차 부품과 섬유산업 비중이 큰 만큼 FTA가 비준되면 이들 분야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더라도 농림수산업의 비중이 큰 광역지자체에선 한·미 FTA 찬성에 대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농·축산업, 서비스산업 피해에 대한 정부·여당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과 감귤·양돈 중심인 제주도의 무소속 우근민 지사도 입장은 비슷하다. 우 지사는 “중앙정부 시책을 반대하지 않지만 농·축산업 분야에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FTA를 가장 강도 높게 반대한 단체장은 최문순 강원지사다. 최 지사는 “노무현 정부 때 대표적으로 잘못한 게 한·미 FTA 체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원도는 농림수산업 위주인 데다 제조업이 영세해 미국엔 팔 것도 없다. 강원도 입장에서 FTA는 얻는 게 하나도 없고 잃는 것만 있다”고 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수출액이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로 16개 광역지자체 중 제주도를 제외하면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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