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정치도 엔터테인먼트化...집단지성이냐 집단동조냐

2020년대에 등장할 이런 장면은 지금도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전자 네트워크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의 발전이 가져올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은 뭘까. 사회과학 전문가들은 IT 발달이 시민 참여 증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투표할 때만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수퍼마켓 상비약 판매처럼 정치권의 정략이나 소수 지도자의 이념에 의해 다수 의견이 왜곡되고 무시돼 온 사례는 수없이 많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불러일으킨 소통 구조와 사회적 관계 맺기의 변화는 정치 분야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대상은 정당정치의 근간이던 정치 엘리트의 충원 과정, 정당·선거제도, 정부 기능의 변화로 압축된다. 대중 동원과 조직, 당 지도부의 통일성도 영향을 받는다.

중앙SUNDAY 창간 4주년 기획 -10년 후 세상 <33> 선거.정당.행정의 미래

정당 대신 인물이 선거운동 중심으로
10년 후 세상에선 정보 독점이 불가능해져 정당 독점 영역을 위협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먼저 정당마다 예비선거(primary)를 통해 문호를 확대하면서 당원제도는 차츰 쇠퇴할 것이다. 전자투표나 인터넷을 활용하면 어느 정당이든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기 위해 당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시민 예선, 소위 ‘오픈 프라이머리’가 가능하다. 이는 전자투표기를 지하철·백화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하고 일반 유권자가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방식은 지난 10월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선거 과정에서 채택됐다. 선거권이 있는 시민 가운데 ‘좌파 가치 헌장’에 서명하고 1유로(약 1500원)의 참가비만 내면 됐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 지도부와 거대 정파가 당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공직선거 후보 공천방식이 바뀌면 정당의 영향력은 약화되는 대신 인물 중심의 선거운동이 강화될 전망이다. 후보의 호감도와 정치적 메시지가 기존의 당 조직과 당원 동원력보다 중요해진다. 선거 캠페인도 개별 후보의 직접적인 접촉과 홍보에 좌우된다. 정치인들은 유튜브나 SNS 같은 채널을 통해 쌍방향의 콘텐트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한편, 지지자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선거자금을 모은다. 정치인과 시민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 타운홀 미팅도 자주 열린다. 시민들은 정치인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거대담론보다 생활문제가 주요 이슈
정당 조직에서도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시민들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조직화한다. 사이버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이슈그룹이나 시민단체, 네트워크 기반 정당 등 새로운 정치조직들이 탄생한다. 스웨덴에서는 2006년 ‘해적당’이 결성돼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지적재산권의 개혁을 주장하며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해적당은 기존 정당처럼 TV 토론이나 매스미디어를 선거운동에 활용하지 못했지만, 블로그·동영상·SNS를 활용해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정당이 되었다.

10년 후 세상에서 전자투표가 도입된다면 기존 선거제도의 비효율성과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매체를 통해 투표할 것인지 정하고, 컴퓨터나 화면의 오작동으로 인한 투표 지연이나 해킹, 개표 부정 등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자투표 시스템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원격 투표가 가능해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자투표는 지역단위 선거에서 시험 도입된 뒤 전국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가적 쟁점에 대해서는 전자포럼이나 전자공청회를 통해 토론할 수 있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더 이상 정당이 제시하는 공약과 정책의 프레임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는다. 이미 SN 공간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어젠다는 이념적 편향의 거대담론이 아닌 생활담론이다. 생활에서 접하는 공동체 이슈, 지역 이슈를 기준으로 지지 정당을 고르는 ‘생활정치(life politics)’ 시대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반값 등록금 논란이 그런 이슈 중 하나다.

유권자들은 삶의 질과 관련된 복지·환경·고용·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정치권이 이 부분에 집중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옛날 같은 정치적 구호로는 유권자들의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시민들은 또 인터넷을 활용해 정치적 조직화를 모색할 것이다. 일본 ‘가나가와 네트워크’의 사례가 그것이다. 가나가와현의 생활협동조합인 가나가와 네트워크는 환경과 안전한 먹을거리 등 생활 이슈를 내걸고 조직화됐다. 지역정당을 표방하면서 선거 후보를 내고, 환경· 복지·교육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미래의 선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지자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네트워크를 어떻게 형성하느냐다. 소셜네트워크는 수많은 시민들을 끌어들이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떠올랐다. SN을 통해 정보는 순식간에 거대한 네트워크로 퍼져 나간다. 정보의 형식 역시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악, 동영상 등으로 다양해진다. 네트워크 선거운동의 특성은 유권자의 자기조직적 참여에 있다. 시민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 지원 모임과 자금을 만들고, 정치인과 직접 교류하며 그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10·26 재·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사례는 자기조직형 선거운동의 위력을 잘 말해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SN을 활용하는 모델을 보여줬다. 오바마 선거캠페인의 허브였던 마이보(MyBo)는 중앙에서 지지자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오바마 지지자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며, 집회와 기금을 조성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교량형 자본과 결속형 자본을 만들어냈다.

시민이 행정서비스 제안·참여자로 활약
10년 후 전자정부는 투명성과 효율성과 개방성을 증진해 ‘정부 2.0(government 2.0)’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종 민원의 온라인 처리나 세금 납부가 가능했지만 실생활에서 종이기록 시스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앞으론 종이 기반의 업무 시스템이 디지털 저장 방식으로 바뀌고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2.0은 단순히 정보를 공개하는 차원의 ‘전자정부’가 아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미래 정부의 가장 논쟁적인 과제는 모바일 인터넷과 웹을 이용해 정부와 시민 사이에 새로운 사회계약을 정립하는 문제다. 기본 방향은 네트워크에 비즈니스, 비정부기구(NGO), 시민 등을 포함하는 개방형 정부다. 정부는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멀티미디어로 시민-정부 협력, 시민-시민 토론을 독려한다.

미국이 2009년부터 서비스하는 ‘데이터 닷 거브(data.gov)’는 정부 2.0의 미래를 말해준다. 정부는 시민들이 많이 제기한 질문들을 모아 DB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이 정보를 얻는 비용을 줄여준다. 도시환경, 화재, 여행, 주차, 자녀 위치, 지도, 범죄 단속 등에도 집단참여와 지식공유에 의한 해결방식을 취한다. 개별 부처 수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재난 문제와 환경, 고령화 등도 마찬가지다. 특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처와 국민이 함께 일하는 협업형 워크플레이스 구축도 본격화된다. 국민은 정부 정책의 ‘소비자’에서 행정 서비스의 ‘제안자’ ‘참여자’로 확대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그 결과 대의민주주의와 함께 국민 스스로 대표자가 되는 직접민주주의가 혼재할 것이다.

물론 IT가 정치에 활용된다는 것만으론 시민의 질 높은 정치 참여와 수평적 권력구조를 낳지는 못한다. 시민 참여의 폭발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전자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셜네트워크 시대에도 대중 조작, 정치의 엔터테인먼트화(化), 정보 과부하에 따른 정치적 무력감 확대의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최근 각광받는 소셜네트워크는 포퓰리즘(populism)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집단지성을 만들어내는 집단동조화 경향이 반(反)지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전 세계를 비탄에 빠뜨린 나치즘과 문화대혁명에서 비극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전자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선 시민들의 숙고(deliberation)와 토론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소셜네트워크가 직접민주주의의 기폭제가 되려면 기술 진보, 제도적 보완장치와 함께 그것을 활용하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조화순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정보사회의 정치질서 재편, 소셜네트워크의 매체적 특성과 민주주의 미래에 대해 연구해 왔다. 연세대 정보사회연구
센터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 『디지털 거버넌스:국가·시장·사회의 미래』 등이 있다.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