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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차두리에 차범근 ‘사은품’으로 파는 게 영업 능력

A :CEO는 자금, 인력 등 한정된 회사의 자원을 배분하는 사람입니다. 이들 생산요소를 어디에 어느 규모로 투입할 건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CEO의 몫이죠. 저는 투자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이 권한을 아래에 위임했습니다. 여기서 사업 부문별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처럼 경연을 하게 했어요. 이 과정에서 부문 간에 소통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사자가 속한 부문이 사업계획을 발표할 땐 평가 주체에서 배제했죠. 나중엔 사내독립기업제(CIC)를 도입해 사업 부문별로 사장을 두고 권한과 책임을 위임했습니다. 이들 부문이 올해 결국 4개 회사로 물적 분할됐습니다.

경영 구루와의 대화<10>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②

임원 승진 인사를 할 때도 부서장들로 하여금 승진 대상자를 놓고 토의를 벌이게 했습니다. 승진자 몇 사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저는 빠졌습니다. 제가 나서서 조정하지 않고 부서장들끼리 조정을 하게 한 것이죠. 이렇게 해서 결정된 것에 저는 호불호를 달지 않았습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렇게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습니다.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스물여덟에 청상이 된 어머니는 부산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두 동생과 좌판에 놓인 남은 물건을 팔아야 했습니다. 물건을 파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지나쳤고 더러 물건을 사기도 했습니다. 흥정을 하다 가버리기도 했죠. 여름이 되면 해운대에서 아이스케이크 장수를 했어요. 이때 장돌뱅이 DNA가 생겼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시장은 그때부터 제 인생의 최전선이었습니다. 마케팅은 저의 생존술이었죠. 결국 회사에 들어와서도 영업통이 됐습니다. 지금은 마케팅이 마치 제 몸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비록 떨어졌지만, 제가 처음 서울대 상대 입학시험을 치던 날 국어 과목 지문으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나왔습니다. 그 후 이 소설을 수백 번 읽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누구나 소설 속 허생원이나 조선달 같은 장돌뱅이이고, 인간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5일장 같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는 마케팅을 사람의 ‘마’음을 ‘캐’내어 ‘팅’한 감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내 물건을 높은 가격에 많이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 것을 사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1998년 00700 국제전화 사업을 하는 SK텔링크의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일입니다. 마침 영업부장이 공석이라 명함까지 만들어 1년 동안 영업부장을 겸했었죠. 별정통신 서비스 00700의 제품 컨셉트는 값이 싸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이 있습니다. 익숙한 세 자리 국제전화 번호를 두고 00700을 누르게 하려면 마케팅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쓰기로 했습니다. 바로 박세리 선수 부모와 안정환 선수의 어머니였죠. 어머니가 외국에 있는 선수에게 전화 거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당시 박세리 선수는 모델료가 비쌌거니와 삼성전자의 전속모델이었습니다. 두 선수를 모델로 썼다면 수억원을 줘야 했겠지만 대신 어머니들을 써 각각 8000만원으로 해결했죠. 그런데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모델이 박세리 선수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리려면 사진으로라도 박 선수를 등장시켜야 했습니다. 결국 박 선수의 초상권 문제가 대두했습니다. 우리는 삼성전자 쪽에 3000만원을 주고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렇게 해서 두 번째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날 박 선수가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는 대형 사진을 광고의 배경에 걸게 됐죠. IMF 체제로 지친 국민에게 힘을 준 맨발의 투혼 장면 말입니다.

빅 히트는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등장한 광고입니다. 무려 6년간 전파를 탔죠. 당시 두 사람의 모델료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데 차 감독 부인 오은미씨가 앞으로 크게 뜰 차두리 선수를 ‘정품’으로 인정해 주면 차 감독을 ‘사은품’으로 끼워주겠다고 했습니다. 신인 모델인 아들의 몸값을 비싸게 쳐주면 아버지 몫의 모델료는 안 받겠다는 것이었죠. 조삼모사니까 우리도 응했습니다. 그땐 “참 말을 묘미 있게 한다” 싶었는데 요즘 차 선수가 광고 모델로 뜨는 것을 보면 선견지명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케팅 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박세리 선수 아버지 박준철씨를 모델로 썼을 땐 그가 이런저런 구설에 오른 것이 논란이 됐습니다. 시쳇말로 ‘안티’가 많았죠. 우리 회사 홈페이지엔 “당신네 전화를 쓰고 있는데 왜 저 사람을 모델로 쓰느냐”는 항의 글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언론에서도 기사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나쁠 게 없었습니다. 결국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영업은 기본적으로 감성적인 접근입니다. 이성이나 지성보다는 인간성이 중요한 분야죠. 문제는 인간성과 부패 성향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겁니다. 부패에 젖어 있으면서 인간적 소통을 한다고 본인은 착각할 수 있습니다.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래서 자기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돈과 술의 유혹, 골프 같은 잡기, 성적 방종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영업통의 장점도 있죠. 다종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설득하고 조정하는 경험을 쌓다 보면 조율 능력과 유연성이 생깁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소비자, 정부 그리고 구성원입니다. 이들이 바로 기업의 고객이죠. 과거엔 고객이 만족하면 됐지만 지금은 고객이 행복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곧 기업의 본질적인 책임이죠. 고객을 행복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고객과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소통의 효과를 높여줍니다. 나보다 남,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 우리 부서보다 남의 부서와 회사 전체를 생각하고 배려하면 이들과의 인간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나무가 그렇듯이 사람은 타고난 천성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그 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해야 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배려하다 보면 나 없는 곳에서 남이 나를 칭찬하는 그런 사람이 되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광받는 것도 근친, 같은 성별, 동향, 동문끼리 맺어온 사적 관계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네크워크를 확장시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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