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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山開道<봉산개도>

미국과 중국의 주요 지도자들이 5월 9일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제3회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서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이때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마디 한다. “중국에는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번 협상에서도 그 정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자.” 그가 인용한 말이 바로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다. 우수가교에서 ‘가’ 대신 ‘물건을 첩첩이 쌓는다’는 뜻의 ‘첩(疊)’을 쓰기도 한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이 말의 뿌리는 중국 원(元)나라의 희곡 작가인 관한경(關漢卿)이 쓴 '곡존효(哭存孝)'에서 찾을 수 있다. 곡존효 제2절에 “3000명의 흑무사(鴉兵)들이 선봉에 서니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앞으로 나아갔다”고 쓰고 있다. 이렇듯 ‘봉산개도 우수가교’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표현할 때 흔히 인용된다. 중국의 각 학교 작문시험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시제(試題)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난관을 회피하고,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를 잘 표현한 말이 ‘복철(覆轍)’이다. 앞의 수레바퀴 자국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뜻이다. 중국어에서는 ‘중답복철(重踏覆轍)’로, 우리말에서는 ‘전철(前轍)을 밟는다’라고 표현한다. 중국 후한(後漢)시대 약 200년의 역사를 기술한'후한서(後漢書)'가 출전이다. 후한서 범승(范升)편에는 “지금의 움직임이 시(時)와 맞지 않고, 일(事)은 도리에 반(反)하니, 수레바퀴 자국(覆車之轍)을 따라 달릴 뿐이다”라고 했다. 중국 현대문학을 선도한 노신(魯迅)은 “고인(古人)들의 악습이 아직도 살아 있으니, 우리는 절대로 그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不要踏他們的覆轍)”고 했다. 옛것을 답습(踏襲)하지 말고 진취적으로 창조하라는 외침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협상 창구인 김진표 원내총무가 최근 “봉산개도 우수가교”라는 말을 썼다. 난국 타결의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 깔려 있다. 당연한 얘기다. 악습의 전철을 되밟으며 서로 헐뜯고 비난하며 시간만 낭비한다면, 우리에게 미래의 번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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