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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교육 교사가 두 손 든 대입 논술

이번 주말과 휴일은 대입 논술고사가 피크를 이룬다. 고려대 등 10여 곳이 이때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본다. 논술로 뽑는 학과의 경쟁률이 50대1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특히 올해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된 탓에 논술고사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지난 10일 수능을 치르자마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논술 사교육 시장으로 내달렸다. 학부모들도 일주일에 100만원이 넘는 논술 학원비를 대기 위해 주머니를 열어야 했다.



 그런데도 수험생들이 접하는 논술 문제는 녹록지 않다. 이화여대는 이미 지난달 논술고사에서 미국 사회학회 학술지의 글을 지문으로 인용해 시험을 냈다. 건국대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이론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도록 요구했다. 연세대 수시 논술에서는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쩔쩔매는 수학 문제들이 나오기도 했다. 대학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담겨 있는 지문 문제, 정답을 요구하는 수학·과학 문제들을 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들은 이런 출제 경향을 변별력(辨別力)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경쟁률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능과 고교 내신 성적은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논술이 어렵지 않으면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학의 학생 선발권은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 특성과 교육 목표에 맞는 우수 학생을 뽑아 가르칠 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입 자율이라는 권한이 고교 교육의 틀을 흔드는 방향으로 가는 건 곤란하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논술을 출제하는 교수들이 고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없이 학부나 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전공 내용 중에서 문제를 낸다”고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공교육 교사들이 대입 논술 지도에 두 손 들고 포기하고 있는 게 지금 일선 교육 현장이다. 10년 이상 논술 지도를 해온 권영부 동부고 교사는 “교사 혼자 지도하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털어놨다. 대입 논술 문제를 접한 상당수 교사도 “무슨 내용인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가르치느냐”고 말한다고 한다.



 대학은 수험생이 절박한 심정으로 사교육 시장에 달려가든 어쩌든 신입생을 뽑기만 하면 그만인가. 대학입시가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대학은 무책임하다. 대학의 자율은 책무성(責務性)이 뒷받침될 때 더욱 그 가치를 발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들은 논술 출제 과정을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교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수능시험에서 대학교수 일색이었던 수능 출제 및 검토위원단에 고교 교사들이 들어가자 들쭉날쭉했던 수능 난이도가 적정하게 유지된 사례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이 고교 교사들과 상시적으로 만나 대화할 수 있는 협의체 등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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