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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안철수의 기부는 민간복지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복지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 경제사회의 발전단계로 보아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논쟁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최근에는 보수언론들도 관점을 바꾸고 있는 듯하다. 수년 전만 해도 좌파정책으로 몰곤 했던 정책들을 이제 특집기사를 통해 스스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도 지금 가치의 혼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편으로 자본주의 위기와 복지 강화를 강조하는 특집기사를 내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연일 그리스·이탈리아의 복지 망국론을 대문짝만 하게 실어 복지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남윤호 정치부장이 지난 화요일자 칼럼(시시각각)을 통해 ‘복지가 남유럽 위기 주범이라 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본 과장된 주장’이라 지적한 것은 그런 면에서 의미 있는 논평이었다.



 우리 사회의 복지논쟁도 이제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 사실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각종 사회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소득분배 관련 지표들이 악화되고 자살·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추세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소득 불균등과 사회지표의 악화, 그리고 국민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좌절감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세가 정착된 배경에는 세계화와 경제환경 변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은 그동안 우리가 실행해온 정책과 제도의 소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새로운 정책적·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각종 지표들의 흐름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우리에게 이에 대한 보다 체계적 접근이 필요함을 말해왔다.



 일단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노인 빈곤문제,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 유아교육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또한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지금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정부 지출과 세수가 모두 늘어나야 하며 따라서 전반적 세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9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비정규직 비중이 줄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정권이 보수정권이면서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자영업자 간에도 소득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전체적으로 상위소득과 하위소득 계층의 비중이 늘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중위소득의 반도 안 되는 소득을 가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7.1%였으나 2010년에는 12.5%로 늘었다. 반면 중위소득의 1.5배 이상 되는 소득을 가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중 17.5%에서 20.0%로 늘어났다. 그 결과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75.3%에서 67.5%로 줄었다.



 소득 격차보다 가계의 교육비 지출 격차는 더 크게 확대되고 있다. 교육기회의 불균등은 장기적으로 사회계층 간 이동을 줄이고, 그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부모의 궁핍으로 교육기회를 잃게 되는 청소년들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질 수는 없다. 오늘날 유럽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곤경이 바로 반면교사(反面敎師)다. 복지혜택은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지극히 어렵다. 단계적 검토를 거쳐 하나하나 신중하게 복지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세계화의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지구촌 경쟁환경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기업에 과도한 복지부담을 지우려 해서도 안 된다. 정부의 복지 지출이 늘다 보면 기업과 개인의 세부담도 늘어야 하고, 오늘날같이 기업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고용을 줄이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민간부문 내에서의 복지 지원 확대를 최대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기부행위가 문화로 정착되고 활발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부유한 사람의 소득이 가난한 사람에게 이전되면 경제 전체의 유효수요를 늘려 성장을 높이는 길이 되기도 한다.



 안철수 교수는 가난한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를 굳이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려 들지만 말고 그의 뜻을 고마워하고, 이것이 확산돼 나가도록 애쓰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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