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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m 앞 과녁 향해 시위 당기다 … 명궁 꿈꾸는 주부들

아산 배방정에서 만난 주부 김도영, 이현숙, 이원수, 송명순(사진 왼쪽부터)씨가 활을 당기고 있다. [조영회 기자]




아산 국궁장 배방정 회원들

명중 때 맛보는 쾌감에 푹 빠져



9일 오후 3시. 아산시 배방읍 호서웨딩홀 인근에 위치한 국궁장 배방정에서는 적막이 흘렀다.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 개 울음 소리와 새소리는 정취를 더한다. 순간 ‘팽~’ ‘딱!~’ 한 회원이 쏜 살 하나가 정적을 깼다. 화살은 145m를 날아 가로 2m, 세로 2.66m 직사각형 육송 과녁에 부딪혀 튕겨 나온다. 윗부분에 맞은 듯 소리가 투박하다. ‘명중’이다. 양궁과 달리 국궁은 과녁의 어디를 맞춰도 명중이다.



 “이 소리 듣는 맛에 활 쏴요. 시위를 당길 때 짜릿짜릿한 쾌감도 온 몸으로 느끼죠.” 이곳 회원인 김도영(42)주부는 말했다. 김씨는 평소 사극을 좋아했다고 한다. 말을 탄 무사가 활을 쏘는 것을 보면 늘 신기하고 부러웠다고도 했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타고 활 시위를 당겨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런데 국궁을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몰라 안타까워했어요.”



 그러던 지난 2007년 어느 날 남편과 등산을 하던 김씨의 귀에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듣고 찾아온 곳은 김씨가 그토록 바라던 국궁장이었다. 그날로 회원 가입을 하고 국궁을 배우게 됐다. 김씨는 “4년 전 이곳과 인연을 맺은 뒤 거의 빠짐없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며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지만 멀리 있는 과녁을 두고 정신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 옆에서는 국궁 경력 10년 차 주부 이현숙(53)씨가 과녁을 주시하며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부사두(국궁장의 두번째 우두머리)인 남편의 권유로 국궁을 접하게 된 이씨는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실력파다. 이씨는 “처음 국궁을 배울 당시에는 천안·아산지역에 여성회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남편이 친절히 알려줘서 쉽게 배울 수 있었고 예의를 갖춘 운동이다 보니 주변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궁장에서는 예의와 격식을 갖춰야 한다. 회원들끼리는 서로에게 깍듯이 인사를 나눠야 한다. 잡담도 해서는 안된다. 사두와 부사두에게 활 쏘는 법을 배울 때 소리를 크게 내서도 안된다고 했다. 여름이라고 해서 반바지를 입고 이곳에 오면 쫓겨 나기도 한단다. 배방정 관계자는 “국궁은 예로부터 예의를 중시하던 운동이었다. 정신수양에 방해가 되면 안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궁장에서는 전통방식을 계승해 항상 예의를 지킨다”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30m 정도의 가까운 과녁에 활 쏘는 연습을 하는 이들이 있다. 경력 한달 차인 송명순(47), 이원수(46) 주부다. 이들은 이곳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다. 우연히 냉이를 캐러 왔다가 국궁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송씨는 “도시에서 살다가 아산에 온 지 얼마 안돼 산책도 할 겸 나물 많은 곳을 찾다가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됐다”며 “하늘과 닿을 듯한 넓은 대지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배워서 내년 세계 국궁 대회에도 참가해 보고 싶은 목 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씨도 “이웃과 함께 배우니까 기분이 좋다. 나중에 같이 대회에도 참가해 보고 싶다”고 거들었다. 개관한지 2년 정도 지난 배방정에는 현재 30여 명의 회원이 있다. 이 곳 말고도 아산에 4개 천안에 3개 정이 있다.



전신운동에 호흡도 잘 다듬어야



“호랑이가 발톱을 땅에 박듯 발 끝과 엉덩이에 단단히 힘을 줍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해 숨을 가다듬은 뒤에야 살이 과녁에 맞습니다. 안 그러면 절대 맞지 않습니다. 활을 당길 때는 팔을 하늘로 뻗은 뒤 내리면서 당기고 과녁을 주시해야 합니다.” 손창훈(57) 부사두의 말이다. 손 부사두는 “국궁은 온몸의 힘을 모아 쏘는 전신 운동이고, 또 시위를 당기고 풀 때 저절로 단전 호흡이 돼 호흡기와 위장병에 좋다”고 말했다. 어려운 운동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10여 일 동안 2시간 정도 양 팔을 ‘덜덜’떨며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한 뒤 자세를 익히면 근력이 생겨 사대(활을 쏘는 자리)에 설 수 있다. 처음엔 화살이 50m도 못 난다. 그러나 한 두달 여 뒤면 누구나 145m 떨어진 과녁에 이를 수 있다. 다음엔 조준을 익혀야 하는데 양궁처럼 조준장치가 없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준법을 터득해야 한다. 화살촉 끝으로, 손가락 끝으로 저마다 조준법을 알아 찾는다. 동서양의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열심히 하면 1~2년 새 명궁이 될 수도 있다. 명궁은 5단에서 9단 사이의 궁도인을 이르는 말이다. 국궁도 태권도처럼 단 심사를 해 1단에서 9단까지 단을 준다. ‘신궁’이라는 9단은 우리나라에 12명 정도 있단다. 쏘면 거의 관중 한다는 명궁은 300m 넘게 살을 날릴 수 있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배방정은 입회비 2만원에 다달이 1만원을 낸다. 활은 각자 산다. 특수플라스틱 재질의 개량활은 25만원 정도고 소의 뿔, 뽕나무 등으로 만든 정통 활은 65만원 가량이다. 활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빌려서 써도 된다.



 손 부사두는 “처음부터 굳이 활을 구입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곳에도 파운드 별로 2~3개 정도의 활이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 연습하고 실력을 키운 뒤 자신의 활을 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활은 당기는 힘에 따라 38~65파운드 사이의 활을 고르는데 남자가 조금 더 높은 파운드의 활을 쏜다. 파운드가 높을수록 살은 힘있게 난다. 손 부사두는 “시간과 동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운동이라는 점도 국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문의=손창훈 부사두 010-2430-8949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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