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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인맥이다 … 60%가 연줄

#1.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박승학(26)씨는 석 달 뒤 중견 물류기업에 취업했다. 취업이 안 돼 마음이 조급해질 무렵 지금 회사에 다니는 대학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라도 직장 구한 게 어디냐”며 “선배 얼굴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DI, 5년간 취직자 6165명 분석 … 공채 통한 입사는 13%에 그쳐
“취업 시켜야 부모 노릇 끝나 … 뒤틀어진 인맥 사회 자화상”

 #2. 인천에서 중소 화장품 원료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모상현 사장은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채용 공고를 내도 눈에 차는 구직자가 지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는 “나름대로 비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지도가 낮으니 공개 채용은 어렵다”며 “주로 모교 선후배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인맥 취업. 소수의 얘기가 아니다. 취업자 열에 여섯이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인적네트워크의 노동시장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07년 일자리를 구한 표본 집단 6165명 중 3477명(56.4%)이 친구나 친척·가족 등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 인터넷(17.66%)이나 매체 광고(11.75%)를 보고 일자리를 구했다는 사람이 오히려 소수였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인맥 채용’ 비중이 컸다. 전체 응답자 중 공개채용(공채)을 통해 입사한 이는 819명(13.3%). 그런데 종업원 수가 50명 미만인 업체는 공채 비중이 5% 남짓에 불과했다. 대기업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에서도 인맥 채용(47.3%)이 공채(32.9%)보다 훨씬 많았다.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채용에서 인맥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첫 직장을 ‘소개나 추천’으로 입사한 이는 절반 남짓(50.7%)이었는데, 경력자는 63.9%였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서류만으로는 구직자의 실력·인품을 검증할 수 없어 잘 아는 사람에게 평가를 부탁하는 것이 연고 채용의 원래 취지”라며 “정확한 평가보다는 ‘아는 사람이면 무조건 민다’는 식의 추천이 횡행하다 보니 신뢰가 낮다”고 지적했다.



 취업시장의 이런 현실은 한국의 뒤틀어진 ‘인맥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보고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열망 ▶특별히 발달한 경조사 문화 ▶학연·지연·혈연의 연고주의 ▶업계의 잦은 사적 만남 등 한국 사회의 독특한 특성이 이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인맥 취업이 일반화할수록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거나 ▶직장 경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취업·이직이 더 불리해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집안에 유력 인사가 있거나 부모의 학력이 좋은 경우엔 자녀가 구직 활동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최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유력 계층에서 자녀 일자리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동원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일각에서는 ‘부모가 못나서 자식이 변변찮은 데 취업했다’는 한탄이나 ‘취업까지 시켜줘야 부모 노릇 다 한 거다’라는 자조(自嘲)까지 나오는 판”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처럼 공공기관의 채용 중개 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DI 김영철 연구원은 “인터넷을 통해 채용 정보는 넘쳐나지만 구직자·구인업체에 대한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양쪽을 깊이 있게 면접해 적합한 구직자와 업체를 연결해주는 공공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미진·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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