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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초등생 “리명박 천벌” … 박수 치고 환호한 어른들

이지상
사회부문 기자
전국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던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앞. ‘영리병원’으로 4행시를 짓는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300여 명의 집회 참가자가 큰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운을 띄웠다. 처음 ‘영!’이라고 외친 데 대한 답은 잘 들리지 않았다. 둘째 음절부터 또렷이 들렸다. “리! 리명박, 니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병! 병원도 니들 맘대로 한다는데. 원! 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원 없이 천벌 받아라.”



 4행시를 읊은 주인공은 초등학생이었다. 이 아이가 ‘리명박 천벌 받아라’는 시 낭송을 마치자 어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잘한다’는 응원 소리도 들렸다.



 이날 집회엔 이 학생 말고도 유치원생·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20여 명쯤 눈에 띄었다. 어린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다가도 엄마가 손을 올리며 ‘한·미 FTA 파기! 의료 민영화 반대!’를 외치면 얼굴이 벌개져서는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한 40대 남성이 “MB(이명박 대통령), 나중에 국민에게 쫓겨나든 지병이 들든, 병원에 올 텐데 그때 오면 당해봐라”고 말하는 모습은 어린이들이 지켜봤다. 오후 3시30분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려던 일부 참가자가 경찰과 대치했다. 이때도 어린이들은 경찰관을 향해 “아저씨 비켜요”라며 고함을 질렀다.



 집회 현장을 전한 본지 기사를 보고 한 독자가 e-메일을 보내왔다. “주말이라 시내에 나갔다가 그 집회를 봤습니다. 어린 여자 아이의 말을 듣고 ‘이건 아니지 않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해 더 당황스럽더군요.”



 어린 자녀를 집회 현장에 데리고 나가 현실을 알게 해주는 게 뭐 잘못이냐고 주장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반대하는 정파라고 해서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저주를 퍼붓도록 가르치는 것을 장려할 만한 일이라고 보는 국민은 없을 것 같다. FTA나 의료 민영화처럼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주제에 대해 일방적 견해를 주입하고 분노를 선동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하고,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을 협박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빙자해 폭력을 일삼는 것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죽어도 (FTA를) 막지 못하면 우리가 죽을 것”이라는 시위 참가 여중생의 결의에 찬 말은 어디서, 뭘 보고 들었길래 나온 것일까.



이지상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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