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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자금성 맞먹는 ‘왕서방 자금성’

민간의 자금성’으로 불리는 산시성 왕가대원의 정문 모습. 10m 높이의 굳건한 벽돌담으로 주위를 둘렀다


“검은 구름에 눌린 성, 성이 무너질 듯하다(黑雲壓城城欲?).” (『중국시가선』·지영재 편역·을유문화사)

[J 스페셜] 화요칸중궈(看中國)- 중국을 보다
유광종의 중국 뒤집어보기 중국인의 집
④ 북방민족 침입 루트 산시성의 왕가·교가 대원



 과거 중국 시단(詩壇)의 귀재(鬼才)라고 불렸던 이하(李賀·791~817)의 시다. 시의 배경을 이룬 안문이라는 곳은 지금의 중국 산시(山西)성 숴저우(朔州)에 있다. 안문은 만리장성의 요새 중 가장 험난한 곳이다.



 중국의 산시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 루트였다. 따라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을이 결코 반가운 계절이 아니었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 우리 식으로 하면 천고마비(天高馬肥), 중국식으로 적으면 추고마비(秋高馬肥)다. 그런 가을은 낭만적이며 풍요로움의 계절이다. 그러나 유목민족의 말이 튼튼해지면서 곧 강이 얼어붙는 때는 중국 북방 사람에게는 악몽(惡夢)이다.



 여름에 자라난 초원의 풀을 잔뜩 먹으면서 배를 불린 말을 타고 북방의 유목민족은 곧 얼어 붙는 강을 넘어 쳐들어온다. 늘 그런 분위기의 산시성 안문 요새에 갔던 시인 이하는 피 비린내 진동하는 전란의 조짐을 “검은 구름이 성을 짓누른다”고 적은 것이다.



 그 산시성이라는 곳에는 우리의 이목을 잡아 끌기에 충분한 대저택이 두 군데 있다. 왕가대원(王家大院)과 교가대원(喬家大院)이다. 왕(王)씨와 교(喬)씨 집안이 지은 대저택(大院)이라는 뜻이다. 우선 눈에 띄는 특징은 성채와 다름없는 주택 구조다. 모두 높은 담벼락, 깊은 정원이 있고 건축물의 좌향(坐向)은 모두 안쪽을 향하고 있다.



왕가대원의 모형물이다. 완연한 대형 성채 모습이다.
 먼저 왕가대원은 ‘민간의 자금성(紫禁城)’으로 불린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명나라와 청나라 때의 황궁(皇宮) 자금성에 맞먹는 규모여서다. 전체 면적은 72만㎡의 자금성이 더 크지만, 자금성 북쪽의 황족 생활공간만 두고 볼 때는 왕가대원이 오히려 더 크다. 전체 면적은 25만㎡, 건축 면적은 4만5000㎡, 정원을 뜻하는 원락(院落)이 123개, 1118칸의 방이 들어서 있다.



 왕가대원의 담 높이는 평균 10m로 자금성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건축물이 둘러싸고 있는 원락은 거주 공간의 중심이다. 그 또한 모두 사람이 거의 들여다 볼 수 없는 담으로 가려져 있다. 큰 담이 외부를 형성하고, 그 내부 구조 또한 각종의 담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이다.



 두부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약 600년 전의 왕실(王實)이라는 인물이 선조로, 명대 말과 청대 초에 들어서면서 비즈니스와 과거 급제를 통한 중앙 정계로의 진출로 막대한 재부를 쌓은 왕씨 집안 사람들이 대대로 지었던 건축이다. 중국 북방 민간 주택의 대표로 꼽힌다.



 ‘홍등(紅燈)’은 중국의 유명 여배우 궁리(鞏<4FD0>)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영화다. 부잣집으로 팔려온 여성 궁리가 첩살이를 하다가 결국은 닫히고 닫힌 폐쇄적 구조의 건축물 안에서 자살하는 내용이다. 그 영화의 배경이 ‘교가대원’이다. 역시 찻잎 판매와 금융업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교씨 집안 사람들이 지은 대저택이다. 이 집의 담도 높이가 10m에 이른다. 규모는 왕가대원보다 작다. 약 4분의 1 규모다. 그러나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외부, 그리고 더욱 조밀하게 높은 담으로 가려진 내부 구조가 돋보이는 저택이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한 성채와 보루(堡壘)의 건축이다. 규모는 작아도 건축물 좌향이 모두 내부로 향하는 노골적인 구조, 바깥을 향해서는 닫혀진 형태의 폐쇄적 속성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아울러 교씨 집안의 중흥조(中興祖)인 교치용(喬致庸)의 드라마틱한 비즈니스 생애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이런 집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건축 심리는 무엇일까. 우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다. 담 밖을 배회하는 낯선 사람이 집 내부로 넘어 들어오는 경우를 최대한 막는 구조다. 그래서 집 외부는 10m가 넘는 견고한 벽돌로 높게 둘러쳐져 있다. 낯선 사람의 움직임은 군사시설을 방불케 하는 높은 곳의 망루(望樓)에서 모두 감시할 수 있다.



중국 여배우 궁리가 주연한 영화 ‘홍등’의 배경인 교가대원의 내부 모습이다. 완벽한 폐쇄형 구조다.
 집이 곧 성이요, 성이 곧 집인 셈이다. 군사적 시설인 성을 주택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음….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고, 나아가 그들과 때로는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한다는 각오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 본 중국인의 집은 모두 그런 건축 심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배타(排他)와 경계(警戒), 나아가 ‘나’ 아닌 ‘남’과의 다툼 의식은 중국인의 일반적인 건축구조에서 고루 나타나는 심리다. 담 밖에 있는 남을 나와 혼동하지 않고 타자(他者)로 인식하는 데서 중국인의 다툼과 거래, 경쟁과 타협 의식은 틀을 잡는다. 낯선 외부의 존재가 나를 위협할 때는 다툼, 그렇지 않은 상황일 때는 거래와 교섭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인의 건축 심리에서 나오는 배타와 경계, 다툼의 속성은 요즘도 이어진다. 미국과의 뜨거운 경쟁의식은 우주 정거장 로켓 성공 발사로 이어졌고, 최근 폐막한 하와이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태평양에서 자국의 이익이 침해당할지 모른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환율 싸움을 두고 벌이는 갈등을 『화폐전쟁(貨幣戰爭)』(쑹훙빙)의 음모론 도식(圖式)으로 쉽게 풀어내는 사람도 중국인이다. 그런 다툼의 의식이 도를 넘었을 때 한반도 사람들은 괜히 불안해진다. 서해 어로구역에 불법 월경을 감행, 네모진 방진(方陣) 전법까지 구사하며 한국의 해경과 싸움을 벌이는 중국의 어선들…. 그 모습에서 중국인의 주택에 높게 쳐진 담을 떠올리는 것은 괜한 일일까.



유광종 선임기자



◆대원(大院)=가옥이 여러 채, 그리고 중간에 난 마당이 여러 개 들어 있는 집단 주택을 일컫는 중국 단어다. 과거 씨족(氏族) 단위로 커다란 집단 주택을 짓고 살았던 대형 귀족 가문들의 주택 형태를 부를 때 흔히 사용한다. 현대 중국에 들어와서도 각 회사나 조직, 기관이 공동으로 짓고 사는 집단 주택을 부를 때 쓰인다. 학교나 병원 등을 갖춘 곳도 있었으나 개혁·개방이 이뤄진 뒤부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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